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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0일 월요일 ~ 6월 26일 일요일


업무

1. 다음 주부터 보충수업이 시작되기에, 이번 일주일은 나름의 휴식기간으로 생각하고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지난 주에 기말고사 시험 결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이 많았던 탓에 좀 쉬고 싶기도 했고. 아, 전부터 계속 부탁? 요구? 했던 에어컨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보러 일요일에 학교에 들르긴 했구나.


생활

화요일에는 현지 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러 갔었다. 유명 관광지에서 파는 기념품들을 보면 다 그게 그거인데다 종종 너무 조잡해서 별로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던데, 이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은 예쁘고 품질도 좋아서 나도 한참을 둘러보다 동전지갑 하나를 골랐다. 적갈색 바탕에 머리에 무언가를 이고 가는 여자의 뒷모습이 수놓인 지갑, 마음에 든다 :) [2011/08/05 - [길위의시간/이집트통신] - 예쁜 수공예품을 파는 곳, 하비바]

'하비바'라는 이름의 기념품 가게

알록달록 예쁜 물건들이 가득한 가게

내가 산 지갑은 가운데 있는 종류


이번 주는 금요일 대신 수요일 저녁에 성경공부가 있었고, 목요일에는 아랍어 공부를 하러 샘하우스에 갔다. 짬뽕을 만들어 가기로 샘에게 약속을 한 터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짬뽕 맛을 더듬어 채식 짬뽕을 만들었는데, 나름 깔끔하면서 얼큰한 국물 맛이 괜찮았던 것 같다. 이 날 점심으로 샘 아저씨가 준비한 것은 흰 콩과 점박이 콩(Black eyed pea, 아랍어로는 '로비야') 샐러드, 야채샐러드와 밥이었는데, 로비야 샐러드가 정말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만드는 법을 캐물어 다음 날 따라해보았지만 뭔가 부족한 맛이었다 =_= 아랍어 공부로는 몇 가지 속담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여러 단어를 배웠고, 나도 샘에게 한국어를 조금 가르쳐줬다. 

일단 재료를 깨끗이 씻어 놓고

당근, 양파, 호박, 양송이 버섯과

표고, 목이, 양배추를 썰어서 준비

국물은 채수에다 고춧가루, 마늘, 간장 등을 넣어 만들고

야채 넣어 팔팔 끓여서 짬뽕 완성

흰콩 샐러드와 점박이콩 샐러드

그냥 야채샐러드와 이집트식 밥


아랍어 수업을 마치고, 이 날 저녁에 룩소르 신전 앞에서 이집트 사랑 콘서트 비슷한 게 열린다고 해서 구경을 하러 갔었다. 이집트 국민의 80% 이상은 이슬람 신자이고 10% 정도가 이집트 기독교인 콥틱 신자라고 하는데, 종종 두 세력 사이의 충돌로 인해 유혈사태도 빚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두 종교가 화합하여 새로운 이집트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혁명 이후 갈등을 줄이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 콘서트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친구 사이인 무슬림 가수 한 명과 기독교 가수 한 명이 노래를 부르는 컨셉의 콘서트였고,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에는 대표로 프란치스코회 가톨릭 수사님과 이슬람 종교지도자인 이맘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뭐라고 했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좋은 이야기였겠지?) 이집트 타임대로, 예정된 8시가 아닌 9시쯤 공연이 시작된 데다 노래도 내 취향과는 좀 달랐기 때문에 몇 곡 듣다가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런 자리가 마련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게 생각되었다.

앞에 무대 넘어 보이는 룩소르 신전

이집트 깃발을 나누어줬다

두 명의 가수가 번갈아 노래했다


시장에서 무화과를 발견했다. 작년에 한국에서 주먹만한 것 6개에 만 원을 주고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 엄청 아껴먹었던 기억도...) 여기에서는 1킬로에 5기니, 그러니까 천 원. 무화과가 다치지 않게 살살, 그렇지만 깨끗이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고 있는데 부드럽고 달콤한 것이 정말 맛있다 :D 망고도 점점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서 날씨가 덥긴 해도 이런 점 때문에 여름이 좋다는 생각이.

별 생각없이 1킬로 샀는데 한 봉지 가득이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맛있는 무화과


이번 주의 손수굽기는 초코케이크였다. 전에 한 번 만들었을 때 너무 퍽퍽한 느낌이어서 두유를 좀 더 넣었더니 약간 더 브라우니 같은 질감으로 완성되었다. 사실 케이크는 내 입에 넣으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로 어디 가져갈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구워도 금방 없어져버리니 가끔은 허망한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 :D

초콜렛을 녹여 넣은 초코케이크

새로 산 천 원짜리 접시에 담았다

속이 조금 촉촉하게 구워져서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