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이집트 룩소르 파견 36주차
길위의시간/매주간기록 | 2012/01/01 19:08
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 12월 25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 수업을 끝으로 2011-2012 가을학기가 마무리되었다. 10월부터 시작해서 두 달 조금 넘는 기간에 불과한 짧은 학기였지만 새로운 학생들을 맞아 처음으로 한글을 가르쳐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터라 나에게는 그리 만만하지 않은 학기였다.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보며 힘을 얻기도 했고, 어떻게 해도 발전하지 않을 것 같은 학생들의 모습에 좌절을 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우리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조금씩은 늘지 않았나 싶다. 시험 후에는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학기 준비도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관광 한국어 교재를 만드는 데 집중을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방학이라고 그냥 쉬면 애들이 또 한국어 싹 까먹고 올 테니까 보충수업도 해야겠지 :)
생활
이번 주는 이집트에서 보낸 기간 중에 가장 바쁜 한 주였던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 말하는 것처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성탄절이 있고 연말을 앞둔 때이다 보니 이런 저런 모임이 많아서 나름 정신 없이 보냈다. 사실 이집트 기독교에서는 1월 7일이 예수님이 탄생한 날이라고 믿기 때문에 12월 25일은 여기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이 아니지만, 룩소르는 워낙 관광객이 많다 보니 호텔이나 식당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맞아 특별히 장식을 해 놓는 경우가 많다. 내가 운동을 하러 가는 졸리빌 호텔에도 과자로 만든(!) 이층집을 로비에 전시해 두어서 근처에 가면 달콤한 과자 냄새가 솔솔 났다.
화요일에는 샘하우스에 갔다가 좀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샘이 새로 나온 카르투쉬 목걸이를 하나 선물해 주었는데, 나는 따로 선물을 준비해 간 것이 없어서 미안했다. 평소와 같이 함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수다를 떨다가 돌아왔다. 참, 콜리플라워는 항상 찌거나 볶은 것만 먹어 보았는데 이 날 먹은 튀긴 콜리플라워는 색다른 맛이 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튀긴 콜리플라워, 튀긴 가지(가지는 정말 기름을 엄청 흡수한다!) 등을 보면서 왜 여기 사람들이 배가 볼록하게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P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저녁 7시에 교회에 갔다. 성당에서는 밤 10시에 성탄 미사를 드리는데, 10시에 혼자 미사를 드리고 돌아올 것을 생각하니 좀 무서워서 갈 수가 없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교회에 온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대추야자 초콜릿에 성경 말씀이 적힌 쪽지 하나씩을 붙인 것을 선물로 가져갔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서 만든 보람을 느꼈다. 한국에서라면 하나 하나 자르고 붙이고 손으로 글씨를 써서 만들었겠지만 여기에서는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솔직히 말해 귀차니즘도 있었고) 올해 말씀달력을 잘라서 사용했다. 다행히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적혀 있어서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말씀사탕 뽑기의 즐거움은 국경을 초월하는 것인지 다들 자기가 뽑은 성경구절을 보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가 뽑은 말씀은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1티모 6,11)'였는데, 문득 학교에서의 내 모습이 생각나서 반성을 하는 계기도 되었다. 참고로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를 뽑은 사람은 대체 얼마나 어둠의 자녀로 살고 있으면 이런 말씀이 나오겠느냐며 놀림을 받았다는 :)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는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갔다. 마찬가지로 대추야자 초콜릿을 가져갔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그냥 나누어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장 선물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아이들에게 주기로 혼자 결정하고 아이들을 인솔해 오신 수녀님께 드리고 왔다. 미사를 드린 후 잠시 근처 카페에 들러 책을 읽다가 12시에 프란체스코 회 수사님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다시 성당으로 갔다. 지난 주에 판공성사를 드리면서 신부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크리스마스 날 가족도 없이 혼자 있는 외국인이 불쌍하게 보였던 것인지 감사하게도 점심식사에 초대를 해 주신 것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터라 모든 음식을 맛 볼 수는 없었지만 평소에 좋아하는 아이쉬, 오이와 토마토, 치즈와 사진에는 없는 버섯 파스타 등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사 후에는 짧은 아랍어와 가물가물한 프랑스어를 총동원해서 대화를 나누다가, 수도회의 모든 수사님들은 이집트 분인데(나는 이탈리아에서 오셨나 생각했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하셨기 때문에 이탈리아어를 잘 하시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25일 저녁에는 J언니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기 위한 단원 모임이 있었는데, 언니 선물을 사러 '하비바 [2011/08/05 - [길위의시간/이집트통신] - 예쁜 수공예품을 파는 곳, 하비바]'에 들렀다가 내 선물도 함께 샀다. 이태리 장인이 아니라 이집트 여성들이 한 땀 한 땀 수 놓은 컵받침인데, 일단 디자인이 마음에 들고 또 현지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는 의미도 있어서 더 좋았다. 전부터 눈여겨 봐 오던 것이지만 명분이 없어서 못 사다가 크리스마스를 핑계 삼아 이번에 산 것인데 예쁜 컵받침을 깔고 차를 마시니 괜히 차가 더 맛있는 느낌이랄까. 행복이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사소하지만 나의 행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면 바로 들깨가루가 되겠다. 지난 주에 받은 한국에서 온 들깨가루를 드디어 개봉해서 들깨된장국을 끓여 먹었는데, 아까워서 많이는 못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맛있었다. 요즘 가장 생각나는 음식 두 가지가 입구역 식당 '산채'에서 먹던 버섯찌개(산채의 버섯찌개는 좀 특이하게도 고추가루를 넣은 매콤한 찌개가 아니라 들깨를 넣은 담백한 찌개다)와 녹두거리에서 집에 올라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자주 먹던 들깨순두부였는데 드디어 그 비슷한 맛을 볼 수 있었다. 채식을 하기 전에는 자주 먹을 일이 없었고 고로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는데, 채식을 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보물이 바로 들깨-라고 쓰다 보니 너무 거창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진짜로 좋아한다 크크.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는데 케이크가 빠져서는 안 될 일이다. 금요일에 점심 초대를 받아 한국 사람들과 함께 먹기 위해 만든 호박케이크, 일요일에 수사님들에게 갖다 드리기 위해 만든 생강파운드케이크, J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초코케이크 이렇게 총 3개의 케이크를 만들었다. 호박케이크는 전에 한 번 만들었는데 맛있었기 때문에 믿고 만든 것이고, 초코케이크는 전에 만들어 본 것에다가 이번에는 초콜릿으로 윗면을 입혀 변화를 주었는데 내 생각보다 초콜릿이 너무 두껍게 씌워지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다는 반응도 있었다. 생강케이크는 맛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 한 주는 맛있는 것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먹고 나누면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동안 훌쩍 지나가버렸다. 다음 주면 2011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그 전에 올 한 해를 돌아보고, 더 나은 한 해를 계획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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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계획 세우는 사이 벌써 2012년도 닷새나 지나버렸어 ㅠㅠ ㅋㅋ 쩡현도 즐거운 한 해 맞이했길!
우와 재미나봐여요 ㅎㅎ 채식인이셨균요..! ㅎㅎㅎㅎ
네 :) 이제 2년 좀 넘었네요 ㅋㅋ
비밀댓글입니다
와~ 반갑습니다 :) 드디어 새로운 식구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니 참 좋네요 ㅎㅎ
먼저 룩소르의 겨울은 별로 추운 편이 아니에요. 한국 늦가을-초겨울 날씨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지금 입고 다니는 것도 아주 두껍지는 않은 옷이에요.
그렇지만 사막에 가거나 카이로에 갈 때를 대비해서 두꺼운 옷 하나 정도 챙겨오시면 좋을 거예요.
제가 현지훈련 받을 때가 작년 이맘 때였는데 한국 만큼은 아니어도 추웠거든요.
그리고 집이 추우니까 집에서 따뜻하게 입을 옷이 필요합니다 :)
단원들 대부분이(아마도 전원) 노트북을 사용하구요
집에서는 인터넷 사용 가능한데 학교는 확실히 모르겠네요.
저희 기관에서는 와이파이가 사용가능한데 노트북은 집에 두고 다니는지라 +_+
말씀하신 대로 룩소르는 관광도시라 있을 건 다 있습니다 (다만 종류가 적을 뿐이에요 ㅋㅋ)
아랍어 공부하는 데는 구어체 아랍어 사전이 적당할 것 같구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오세요! 저도 걱정했었는데, 지내다 보면 다 되더라구요.
아무쪼록 무사히 이 곳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저두.. 집이 농사 짓다 보니 채식 하기가 정말 좋은데..
가끔 아버지가.. 생닭 사와서 푹 끓여서.. 먹을 경우 빼곤 거의 김치나 재배하는 채소 위주 무침
으로 밥 먹는 경우가 많은데..
밖에 나가면.. 거의 고기가 위주네요..
저두 이번주 한 일주일 몸이 않좋아 채식 위주로만 했는데..
오늘 토요일 저녁은.. 굴 국밥.. 쉽지 않네요..^^;
확실히 기름진 식사 보다는
채식이 맛도 좋지만 먹고 난뒤 몸이 개운해요.. 기름진것은 확실히 먹을땐 좋은데..
먹구 나선.. 좀 몸이 무거워서요
밖에서 먹을 때는 정말 고기를 피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집에서는 채식 위주로 드시니까 몸이 좋아할 거예요 :) 아, 집에서 농사를 짓는다니 부럽네요. 저는 도시에서 자고 나라서, 그 쪽으로는 영 기초지식이 없어요 :P
음 어떻게 보면 낭만인데.........
그게 대부분 부농이 아니다 보니.. 농사 짓는 집이라.. 대부분 부유하지 않다보니 좀 ㅋ 그래요..ㅋ
다만.. 나이에 비해 식성은 아저씨 식성이지요 ㅋ
얼마전에 제 할부지는 아니고.. 같은 동네 할부지가 그러시더군요
평생 농사 지어 와서 알지만
땅은 절대 거짓말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