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먹는 호랑이의 이야기, 그 첫 번째. 콩 세상에 콩 좋아하는 애들도 있을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리는 거 없이 뭐든 잘 먹는 아이였지만 (아, 파와 양파는 예외야. 이건 엄마도 안 드시는 거라 편식한다고 혼 날 일도 없었지!) 콩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같아. 그 때야 식탁에 올라오는 콩이라고 해도 밥에 들어가는 게 다였던 것 같은데, 일단 콩밥이 나오면 나는 콩 먼저 콕콕 골라먹었어. 콩을 남길 수는 없으니 대신 콩 먼저 먹어서 깨끗해진 흰 밥을 먹는 길을 선택한 거지. 싫은 거 먼저 해치우고 좋아하는 건 아껴두는, 그런 아이였나 봐. 지금은 콩 반 현미 반인 밥을 짓고 콩을 먼저 골라 먹는데, 콩이 싫어서가 아니라 맛있어서 먼저 먹어. 십 년 사이에 이렇게 달라졌네, 내가. 그나마 어릴 때..
어디 가서 채식한다고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단골 질문 중의 하나가 "단백질은 뭘로 섭취해요?" 하는 물음입니다. 어떤 분들은 현미를 비롯한 통곡물을 먹으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단백질은 다 섭취할 수 있다고 하던데, 저는 왠지 더 먹어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사실 제 몸을 생각하면 굳이 더 먹어주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흑흑) 콩이나 두부를 꼭 식단에 포함시키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한국을 떠나 이집트 특히 룩소르에 오고 나서는 두부가 직접 만들어야만 먹을 수 있는, 아주 귀한 음식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삶은 콩만 먹자니 좀 심심해서 병아리콩으로는 스프레드를 만들고, 렌즈콩으로는 스프를 끓이는 등 나름의 변화를 주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올리브 렌즈콩 버거'의 레시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