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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일 월요일 ~ 5월 8일 일요일


업무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5개의 수업이 있었다.
각각의 수업 후기를 작성하기는 했지만 여기에 다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수업에서 생긴 물음들과 느낀 점들만 정리해 본다.

1. 이 곳 문화인지 수업에 안 오는 학생들이 좀 있는데, 매번 같은 학생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면서 결석을 해서 수업 진도를 나갈 때 문제가 된다. 안 온 학생들을 위해 다 복습을 하자니 꼬박 꼬박 나오는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 것 같고, 그렇다고 모르는 애가 있는데 그냥 수업을 진행하기도 그렇고... (아니 대체 왜 수업에 안 나오는 거야!!)

2. 저학년들의 경우(사실 고학년의 경우도 큰 차이는 없다) 100% 한국어로만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어 영어를 빌려 설명하는데, 문제는 학생들이 영어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아랍어로 설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내 아랍어가 부족하고, 또 이집트 특성 상 어설픈 아랍어를 쓰면 학생들이 오히려 선생님의 아랍어를 고치려 들어서(물론 선생님도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수업의 목표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객전도이므로) 아랍어는 전혀 쓰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영어가 수업 언어가 되다 보니 한국어-영어-아랍어라는 3개의 언어가 교실에서 사용되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전에는 몰랐는데, 한국에서 아드리안이 스페인어를 가르칠 때 별 설명 없이 문법을 가르쳤던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다음 학기부터는 내가 좀 더 수업을 잘 준비해서, 되도록이면 중간 언어의 개입 없이 바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3. 4학년 관광한국어는 여전히 나에게 고민거리이다. 아직 관광한국어에서 다루는 어려운 어휘를 사용할 만한 수준이 '전혀' 아닌 학생들에게 이것을 가르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나 하는 의문이 매 시간 생겨난다. 사실 한국어 발음조차 정확하지 않아서 생각없이 들으면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다른 외국어인지도 모를 정도인 학생도 있는데... 그런가 하면, 좀 더 노력하면 가르쳐 준 대로 설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학생도 같은 교실에 앉아 있기 때문에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다. 흠...

4. 나는 능동적인 학생들이 좋다! 이번에 4학년 학생이 숙제를 해 왔는데, 한 눈에 봐도 자기 수준이 아닌 단어들을 꽤 사용한 거다. 어떻게 한 거냐고 물었더니 사전에서 찾아서 했다고 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을 게 분명했다. 그 학생에게는 "원래 숙제는 10분 만에 끝나는 게 아니에요. 몇 시간씩 걸리는 게 숙제에요."라고 하면서 가볍게 잘 했다고 칭찬해주었지만, 사실 참 대견했다. 물론 틀린 문장들도 많았지만, 그냥 자기가 아는 수준에서만 해 왔다면 별로 발전이 없었을 것이다. 또, 요즘 이집트의 음식을 수업에서 다루고 있는데 한 학생이 '샥슈카'를 설명하고 싶다며 나에게 가르쳐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보통은 내가 음식을 정해서 준비해가는데, 학생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는 참 기뻤다. 가만히 앉아서 주는 대로 받기만 하는 대신 자신이 직접 찾고 두드리는 학생들에게는 뭐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5. 작년 교육실습 때 지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친절한 교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은 '친절한 교사'는 단순히 겉으로 상냥하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무엇이 어려운지 생각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셨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너무나 쉬운 것이, 그것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정말 어려운 것이 되기도 한다. 아직 나는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몰라서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불친절한 교사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지금 겪고 있는 시행착오들을 잘 기억했다가 고쳐서 더 친절한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생활

월요일에는 내가 일하는 기관인 이고스(룩소르 관광호텔 고등교육원)의 졸업파티가 있었다. 정확히 어떤 행사인지 모르고 갔는데 회관 같은 곳에서 졸업할 학생들이 무대에 나와 한 마디씩 이야기하고, 학장님도 한 말씀 하시고, 그 뒤로는 각종 춤과 노래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사진이 꽤 많으니 따로 포스팅을 해야 할 것 같다 :) [2011/05/16 - [길위의시간/이집트통신] - 룩소르 관광학교 이고스의 졸업행사]

수업이 없었던 목요일에는 두부를 만들었다. 카이로에 있었으면 한국식당에서 가끔 사 먹었을 두부이지만, 여기에서는 먹으려면 직접 내 손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부터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에 도전해보았는데, 큰 믹서가 없어서 여러 번 갈아 걸르는 작업이 좀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공적으로 두부가 만들어졌다! 반 모 정도밖에 안 나왔지만 그래도 콩의 맛이 살아있는 진한 손두부 맛이라 나름 뿌듯했다.


 
금요일에는 영어 성경공부가 있었는데,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참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이 날은 창세기 3장의 선악과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별 관심 없이 넘어갔던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하게 되어서, 얻는 것이 많다. 다음 주에는 내가 간식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뭘 가져갈 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

토요일에는 아침에 수영장에 다녀왔는데, 이렇게 작은 수영장에서 수영해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길이가 10미터 남짓이어서 1km 수영을 하기 위해 무려 50바퀴를 돌았다 =_= 그래도 경치 하나만큼은 정말 좋다. 30기니의 행복! 오후에는 룩소르의 명물인 샘아저씨의 샘하우스(이집트 상형문자를 새긴 목걸이나 팔찌 등의 기념품을 파는 가게인데,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하다)에서 H오빠 J언니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2011/05/16 - [길위의시간/이집트통신] - 샘하우스에서의 점심식사]


정말 작은 수영장이지만

나름 선베드도 있어서

책 읽으며 쉬기에는 최고

오른쪽으로는 교회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성당이 보이고

좀 더 멀리에는 룩소르 신전이



일요일에는 아침 9시에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이탈리아인 수사님께 프랑스어로 고백성사를 드리고(잊지 말자, 여기는 이집트다!) 10시 반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형식이 어떻든 간에, 그 분의 말씀을 듣고 생각하는 시간은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렇게 두 가지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 :)

이 주의 베이킹으로는 땅콩버터바나나머핀과 오트밀쿠키를 구웠는데, 둘 다 괜찮은 레시피였다. 특히 오트밀쿠키는 아주 바삭하게 잘 구워져서 마음에 들었고, PB바나나머핀은 좀 묵직하긴 했지만 채식 베이킹에 익숙한 나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음 주에는 또 뭘 만들어 볼까나 :D

알맞게 잘 구워진 머핀을

통에 가지런히 담아두기

가까이서 보면 땅콩과 바나나가~


오트밀쿠키 굽기 전

구운 후에 잘 식혀서

통에 담아두었다가

크랜베리와 캐슈넛 쏙쏙 박힌 녀석들로 골라

주변 분들께 나눠드리기 위해 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