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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4일 월요일 ~ 6월 10일 일요일


업무

방학 + 국내휴가로 업무 관련 새로운 소식은 없음


생활

월요일에 크루즈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체크아웃이 9시 경이어서 언니와 일행은 새벽 4시쯤 벌룬투어를 하고 왔는데, 이 날은 바람이 서쪽으로 불었는지 동안으로 건너오지 못 하고 서안 어디를 헤맸다고 한다. 집에 짐을 풀고 룩소르 시내 구경을 한 다음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가 룩소르 신전을 구경했고, 인도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오랜 시간을 밖에서 보내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무리하는 대신 집에서 쉬는 쪽을 선택했다. 

화요일 아침에는 8시에 출발해서 덴데라 신전을 구경하고 후루가다로 갔다. 덴데라 신전에 관한 것은 전에 올린 글에도 나와있어서 생략하고 [여기에서 확인 2011/12/22 - [길위의시간/매주간기록] - 코이카 이집트 룩소르 파견 35주차] 어쨌거나 내가 가 본 신전 중에는 가장 잘 보존이 되어 있고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곳이어서 바쁘지 않은 여행자라면 꼭 한 번 가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카르낙 신전 같은 경우 웅장한 맛이 있고 이름난 곳이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만 보아서는 예전의 명성을 확인하기가 어려워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중 오르세를 더 좋아하는 취향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오후에 후루가다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쉬었다. 호텔에 작은 해변이 있긴 했는데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몇 분 안 걸릴 정도로 정말 작은 해변이었다. 그보다는 밤에 해안을 따라 걸어 시내에 나갈 때 본 밤바다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보트를 타고 나가서 스노클링 및 체험 다이빙을 했는데, 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한 3일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코스를 듣는 편이 더 재미있게 다이빙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루가다도 전에 다녀온 곳이니 이 정도로만. 어쨌거나 오랜만에 본 홍해 바다는 여전히 좋았다. [예전 글은 여기에 2011/08/30 - [길위의시간/이집트통신] - 후루가다에서의 다이빙 도전기]


금요일에 언니의 후배인 S언니를 배웅하고 우리는 다시 룩소르로 돌아왔고, 토요일에는 집에서 쉬면서 책을 읽고 인터넷을 하면서 놀았다. 언니가 한국에서 가져온 콩국수용 가루(그냥 물에 타기만 하면 완성!)를 이용해서 콩국수를 만들고, 국수 삶는 김에 비빔국수도 비벼 먹었다. 저녁에는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들과 함께 옥상에서 포트럭 파티를 열었다. 먹는 데 바빠서 사진은 찍지 못 했는데 월남쌈, 야끼소바, 파스타, 떡볶이, 건두부 볶음에다 후식으로는 일본식 케이크, 과일 등으로 풍성한 저녁이었다.


일요일에는 서안투어를 다녀왔다. 평소 같으면 투어를 이용했을 테지만 요즘은 10시만 되어도 너무 더워서 더 일찍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 몇 명과 함께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페리를 타고 서안으로 건너갔고, 거기에서 택시를 흥정해 멤논의 거상, 핫셉수트 장제전, 왕가의 계곡, 하부 신전 등을 둘러봤다. 이렇게 했더니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모든 일정을 끝낼 수 있었다. 문제는 기관에서 발급받은 허가증이었는데, 지난 번에는 박물관만 빼고 내 주더니 이번에는 서안의 유적을 빼고 박물관만 내 준 바람에 매 유적마다 거의 싸우다시피 해서 겨우 들어갔다. 이왕 발급할 거면 좀 신경써서 잘 해 주면 좋으련만... 함께 간 일본인 아이샤의 조언으로 이번에는 왕가의 계곡에서 좀 더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아이(Ay)의 무덤'에도 들렀는데 무덤 자체보다도 들어가는 길이 마치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가는 길에 보니 아직 발굴하고 있는 무덤도 몇 개 있었는데 이집트 혁명이 일어난 뒤로 거의 중단된 상황이라고 한다. 십 년 쯤 뒤에 오면 새로운 무덤들을 볼 수 있으려나?


항상 혼자 지내던 집에 언니가 있으니까 느낌이 새로웠다. 룩소르는 관광객이 많이 오는 도시이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일상적인 생활 공간이기도 하니까 신전이나 유적지 말고 내가 주로 가는 곳과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것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참 좋았는데, 대신 언니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그만큼 빈자리가 느껴져 허전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