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제가 처음으로 베이킹이라는 것을 해 본 것은 프랑스의 기숙사에서 였습니다. 그 기숙사에서는 평일에는 식사가 제공되었지만 주말에는 학생들이 직접 음식을 해 먹었기에 간이 주방을 개방해 주었는데, 그리 크지 않은 주방에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 오븐이 두 개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오븐을 사용해 본 적이 없던 저는 호기심에서 믹스를 사 와서 머핀을 만들어 보았었는데, 그것이 제 베이킹의 맨 첫 걸음이었던 것 같아요 :) 그렇게 베이킹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제가 점차 깨달은 사실은, 저는 참 욕심이 많고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쿠키를 굽든, 빵을 굽든, 제대로 된 것을 만들어 내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죽을 해 놓고 냉장고에서 숙성이 되도록 30분 정도 휴지를 시킨다거나,..
2008년 6월, 프랑스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행을 했어요. 그건 바로 제가 다니던 어학원(앙제 CIDEF)의 프랑스인 선생님 한 분이 기획한 '프랑스 남서부 여행'이었는데요,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차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프랑스의 남서부 지역을 미니 버스로 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 좋았고, 역사적·문화적 배경지식이 필요한 곳에서는 프랑스인 가이드의 설명도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여행에서 또 하나 특별했던 점은, 일주일 남짓의 여행 동안 매 끼니를 밖에서 사 먹는 대신, 주로 인솔자였던 프랑스인 선생님과 함께 요리를 해 먹었던 거에요. 점심으로는 빵과 샐러드, 치즈와 과일 등으로 피크닉 바구니를..
저는 뭐 하나에 꽂히면 그것밖에 눈에 안 들어오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한동안 죽어라고 그것만 하다가, 시들해지면 쳐다도 안 보고, 또 어느 순간이 오면 그 열정이 되살아나곤 합니다. 좋게 해석하면 실천력이 좋은 것이고 안 좋게 보면 변덕이 심한, 뭐 그런 성향인 것 같아요. 지난 가을 즈음에는 한창 빵 만드는 데 재미를 붙여서 100% 통밀빵을 만들곤 했는데, 주로 무반죽빵이었어요. 무반죽으로도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나름 담백한 맛이 매력인 빵들이 좋아서 종종 만들다가 슬그머니 그만뒀는데 갑자기 어제,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바게뜨나 통밀빵 호밀빵 이런 것들이 너무 생각나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만들었답니다. 그래도 전에는 나름 레시피를 찾아보고 계량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무슨 배짱인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