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업을 마치고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도 즐겁고, 아이들도 즐거운 소설 읽기 수업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그러다 번뜩, 이 수업이 의무 과목이 아니라 선택 과목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시간표 상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 수업에 들어오지만, 만약에 선택권을 주고 '듣고 싶은' 사람만 듣도록 한다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고등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수리와 심순께 상의를 했고, 세 번째 수업이 있는 주의 화요일에 확인을 했더니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 즉시 수강 신청서를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는 소설 읽기 수업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
수업 후기를 미루다 보니 이제야 쓰게 되었네요 흑. 일주일 전에 있었던 두 번째 수업 후기입니다! 3월 18일에 있었던 두 번째 소설 읽기 수업에는 고등과정 7명의 학생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래도 한 번 얼굴을 봤다고 낯이 익은 6명, 그리고 전에 얼굴을 보지 못 했던 다훈이. 모두와 간단하게 인사를 한 다음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조금은 급하게 책을 구해야 했던 터라, 이 날의 텍스트인 '씁쓸한 초콜릿'을 읽지 않은 아이들이 반이었던 것이죠.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다 읽어 온 학생들에게는 활동지를 나누어 주고, 그 아이들이 줄거리와 읽은 후의 느낌, 생각 등을 쓰는 사이 읽지 않은 아이들은 책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보게 했습니다. 그렇게 30..
2010년 3월 11일 목요일. 성미산학교 고등과정 아이들과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진솔, 다함, 민환, 지원, 인국, 성원, 이렇게 6명 +ㅁ+ 아, 한 명이 더 있는데 몸이 아파서 못 왔대요. 저에게 '처음'은 늘 어색함으로 가득한 시간이라, 이 날도 많이 떨렸어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어떤 식으로 오늘 나눌 이야기들을 꺼내면 좋을지 교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리저리 고민해 보았었는데 막상 들어간 이후로는 정신이 없었기에 기억도 안 납니다 ^ㅁ^; 처음으로 한 것은 '서로 알아가기' 였습니다. 자신과 관련되어 있거나, 자신을 잘 표현해 주는 단어 5개를 쓰고 그것을 소개하는 것이었는데요 골똘히 생각해서 적어 준 아이도 있는가 하면 날림으로 쓴 아이도 있어서 그 녀석은 다시 시켜야 했..
대통령 씨, 자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있어서 단연코 1등이 아닐까 싶다 :) 자기 나라 임금이 누군지도 모르는 시대가 태평성대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정말로, 근 몇 년 이래 이렇게 뉴스 열심히 찾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볼 수록 암담하기만 하지만... 어느 전문가가 이 분의 심리 및 정신세계를 좀 분석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머리 속에 "나는 옳다 + 나는 했는데 너희는 왜 못 해 + (그야 말로 안타까운) 부지런함 + 강한 것이 정의다 + 무조건 경쟁 +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대략 이런 것들이 들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별로 알고 싶지는 않지만 자라난 배경이나 걸어온 길들을 차근 차근 돌아 보면 이것들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
한동안 영어교육과 관련된 갖가지 이야기가 무성하더니 이제는 좀 조용해졌다. 실제적으로 정책이 어떤 식으로 세워질 지는 좀 두고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새로 뽑혔다는 대통령 아저씨가 교육을 청계천 공사 다루듯 할까봐 사실 심히 두렵다. ('한다면 한다'라든가 '안 되면 되게 하라' 같은 밀어붙여 식의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 흑) 대통령이 바뀌면 교육 정책도 이렇게 싹 갈아치워질 수 있구나 싶어서 깜짝 놀란 한편 행여나 시험 쳐서 교육부 들어갈 생각은 일찌감치 접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러니 내가 우리나라 중등교육에 몸 담고 싶지 않은 거야, 라는 전혀 도움 안 될 헛생각마저... 여하튼 영어 수업을 영어로 하느니 마느니, 영어 시험 방식을 바꾸느니 어쩌느니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을 보조 교..
사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유럽'하면 내가 떠올리던 것은 그저 유럽 여행이었다. 그래도 한 번씩은 가 본 중국이나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일 것 같은 곳, 이름이나 들어 본 유명한 미술작품들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는 곳이며 그래서인지 여름이면 배낭을 맨 학생들이 줄줄이 떼 지어 몰려가는- 그런 유럽만 떠올렸더랬다. 프랑스에 온 지 두 달. 아직 내가 유럽 곳곳을 돌아다녀 본 것도 아니고, 그저 앙제에 머물면서 파리 구경만 한 번 다녀왔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가 지금 생각하는 '유럽'은 예전과는 참 많이 달라졌다. 단지 여행지, 관광지로서 유럽을 바라보며 와 멋지다'ㅡ'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국가, 터전으로서의 유럽을 생각하게 된다. 부러운 유럽 한국에 있을 때도 '유럽..
소설 '마지막 수업'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 '마지막 수업'. 제목을 '마지막 수업'으로 번역한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학교가 방학을 해서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다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이 나긴 하는데.. 그렇다고 마지막 수업..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 다 이해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원제인 Etre et avoir 가 더 영화의 내용과 의미를 잘 드러내 주는 제목인 듯하다. (우리말로 옮기면 뭐가 될까... 영어 제목은 불어를 영어로 옮긴 'To be and to have'다.) 내가 잘 기억하지 못 하고 있는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게끔 한 영화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많은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른이 되고나면 그것을 너무 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