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 번 정도, 를 읽는 책 모임을 갖고 있다. 혼자 책 읽는 것도 물론 재미있고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읽고 난 후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거치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훨씬 풍성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더불어 내 머릿속이 정리되어 참 좋다. 이 모임의 경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각자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해서 공유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 글도 그런 이유에서 쓰게 되었다. 경제학에 대한 비판과 문학의 역할 - 사람이 중심이 되는 개발을 위하여 지지난 모임 때 읽은 부분은 12장 '21세기의 경제학'과 13장 '농지에 의지해 살다'였다. 처음 읽을 때는 별 생각 없이 술술 책장을 넘겼는데, 모임을 위해 다시 읽었더니 새삼 눈에 들어오는 부분들이 많이 있..
박사가사랑한수식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오가와 요코 (이레, 2009년) 상세보기 ■ 왜 읽었을까? 이번 학기 성미산 학교 책 수업에서는 내가 책을 지정해 주는 대신에 학생들이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골라 읽고 글을 쓰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민환이가 고른 책인데, 나도 내용을 알고 있어야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을 해 주니까 무조건 읽어야 했다 =_= 그렇지만 전부터 궁금했던 책이라서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읽었음. ■ 어땠냐고? 이야기만 놓고 보면 좀 잔잔하지만 감동도 있고 설정 자체도 흥미로웠는데, 그 표현 방식에서 특별히 인상깊은 것은 없었다. 읽으면서 여러 번 곱씹어 보게 만드는 표현도 없었고, 발목을 붙잡는 것 같은 물음을 던지지도 않아서 좀..
애기똥풀이 하는 말 정일근 내 이름 너희들의 방언으로 애기똥풀이라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몸 꺾어 노란 피 내보이며 노란 애기똥을 닮았지, 증명하려고는 마 너희들이 명명한 가벼운 이름, 더 가벼운 손짓에 나는 상처받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어 너희들 속에 생명이 있다면 내 속에도 뜨거움이 있고 너희들이 이 땅에 존재한다면 나도 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어 이제 우리 서로 사랑하기로 해 내 너희들에게 착한 자연이 되듯이 너희들도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줘 너희들의 방언으로 내 이름 부르기 전에 이제는 내 방언에 귀 기울여줘 내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너희들의 이름 부르고 있는지 아니 귀 기울여줘, 내가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친구라고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
씁쓸한 초콜릿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리암 프레슬러 (낭기열라, 2006년) 상세보기 과외하러 갔다가 책장에서 발견, 빌려서 후딱 읽어버렸다. 청소년 추천 도서 이런 걸로 지정되어 있던데, 과외돌이에 의하면 '청소년의 수준을 살짝 넘어서는' 소설이라고... 아마도 중간에 보기에 따라 약간은 민망할 수도 있는 성적인 내용이 나와서인 것 같은데, 고1인 녀석이 그 정도 가지고 무슨! 훗- 줄거리는 에바라고 하는 십대 소녀가 자신의 뚱뚱한 몸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에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힘들어 하다가, 우연히 만난 미헬이라는 소년과 사귀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나가게 되는 내용이다. 내용이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가고, 소재도 청소년들이 관심있을 만한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선옥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오늘 점심 무렵부터 시작해서 병원 다녀오는 지하철 내내 읽고,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손에서 놓지 않고 읽은 끝에 방금 마지막 장을 덮은 소설. 제목과 표지(내가 가지고 있는 책의 표지는 위에 나와있는 것과 조금 다른데, 어쨌거나 둘 다 좀 소녀틱해서 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다)를 보고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다른 내용이었는데, 그 다르다는 것이 좋은 방향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스무살의 로맨스 같은 거려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하나 둘 속살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에 나는 때때로 책을 덮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했고, 깊게 숨을 들이쉰 후에야 다시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이 책에 정확한 년도가 나오지는 ..
자기앞의 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에밀 아자르 (문학동네, 2003년) 상세보기 이 책은, 줄거리를 정리해 놓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전개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일어나지 않고, 주인공 소년 모모의 시점에서 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욱 나열되는 식이라 과연 소설이 끝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기는 하는 걸까 하는 의심을 할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볼 때 서사에 중심을 두는 내 취향의 소설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읽는 것이 시간이 아까웠다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좀 특수한 카테고리에 들어갈 것 같다, 이 소설. 솔직히 말해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의 8할은 이 책의 작..
오늘은 오랜만에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다 :) 휴가를 받아 나온 현진, 요새 통 얼굴을 보지 못 했던 꼬- 특별히 문학학회라는 이름을 달고 만난 것도 아니었는데, 밥을 먹고 자리를 옮긴 이후로 우리 입에서 나온 얘기는 세미나에서와 다름없었던 것 같다. 아날로그적 인간들이라고 해야 하나.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속의 사람들에 '공감'하는 것이 우리의 공통점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부터 어렴풋이 느꼈듯 우리의 '취향'은 참 많이 다르기도 하다. 나처럼 이야기, 서사 그 자체를 좋아하고 그 속의 의미에 집착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현진이처럼 눈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통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또 김연수씨에 대한 팬심을 글로 써야 했던 꼬 ..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카를로 프라베티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YES 24에서 책구경하다가 처음 보고 재밌겠다 싶었는데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자금난으로 잠시 보류, 그러다가 운좋게 책을 얻게 되어서 어제 오늘 지하철에서 술술 읽었다 :) 줄거리를 소개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이야기 못 하겠고, 이 책에 대한 감상을 한 줄로 줄이면 '기대만은 못 하지만, 가볍게 읽기 좋고, 재미있음'이 되겠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바, 세상에는 이것 혹은 저것으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고, 미친 사람들이 오히려 세상의 본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등등- 에는 마음 깊이 공감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136쪽짜리 책에 담아내려 하다 보면, 둘 중 하나가 되는 게 아니겠는가. 작가의..
이런 잡지가 있는 줄도 몰랐다! 내가 아는 청소년용 잡지(?)라고는 그저 독서평설이 전부였던지라.. T_T 어제 얻어와서 오늘 아침 찬찬히 읽어보는 동안 꽤 마음에 들어서 간단히 소개하고 싶어졌다. 문학동네에서 펴내고 있는 '풋'은 '청소년을 위한 전방위 문학문화잡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 타이틀에 걸맞게 시, 소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사진/그림, 인문학 강의 등이 실려 있는데, 예를 들어 이번 봄호에서는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씨, 소설가 오정희 씨를 만날 수 있으며 강대진 선생님의 철학교실에서는 희랍비극인 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실 강대진 선생님 글이 실려 있어서 이 잡지에 대한 점수가 전반적으로 좀 더 후해진 것 같기도- 캬캬) 이번 호의 주제는 '단추'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