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채식을 시작하면서부터 백밀가루를 멀리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통밀로만 만든 빵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주로 통밀과 호밀, 잡곡을 이용한 유럽빵 계열의 건강빵을 사 먹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곳에서나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하게 생각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오히려 빵을 사러 가는 것은 즐거운 소일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밀가루와 소금, 물, 이스트 등의 기본적인 재료로만 만들었다는 것이 때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소하고 담백한 빵들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이집트에 온 이후로는 슈퍼에서도 쉽게 통밀로 만든 완전채식 빵을 구할 수 있어 식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가끔씩 갓 구운 바삭한 빵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또 제 맘대로 콩이니 건과일을 듬뿍 넣은 빵이 먹고 싶기도 하지요. 그..
2011년 5월 23일 월요일 ~ 5월 29일 일요일 업무 1. 다른 학년은 모두 종강을 해서 이번 주에는 4B 관광한국어 수업만 있었다. 마지막 수업이라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해 보고 싶어 '뉴스로 배우는 한국어' 수업을 계획하고 학습자료를 만들었는데, 실제로 수업을 해 보니 학생들이 좀 어려워했다. 나중에 TV5 MONDE에서 제공하는 프랑스어 교재를 직접 풀어 보면서 실패 요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는데, 학생들의 실력에 맞추어 처음에는 가장 중심이 되는 내용만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그 뒤에 세부 내용을 확인하는 식으로 문제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욕심은 크고 능력은 부족한 지라 그렇게 섬세하게 구성하지 못 한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두 시간만에 다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학생들이 스스로 단어를..
음 이게 벌써 지지난 주에 있었던 일이네요.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딱히 바쁘지는 않은데 말이에요. 원래 목요일은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사정이 있어 그 전 주에 결석한 4학년 학생 보충 수업을 하러 학교에 갔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라 그런지 수업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 버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학교 바로 옆에 있는 윈터팰리스 호텔에 들렀습니다. 이 호텔에도 야외 수영장이 있는데, 위성 사진으로 보니 전에 갔던 에밀리오 호텔 수영장보다는 커 보여서 외부인도 사용 가능한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러 간 것이었어요. 학교 옆에 있는 호텔 뒷문으로 들어가서 5분 정도 걸었더니 수영장이 나왔는데 대략 에밀리오 호텔 것의 두 배 정도는 될 것 같았습니다. 이만하면 크기도 좋고 주변 ..
2011년 5월 16일 월요일 ~ 5월 22일 일요일 업무 1. 예상보다 좀 빨리 이번 학기가 끝나게 되었다. 6월 중순에 기말고사가 있어서 원래는 6월 초까지는 수업을 할 생각이었는데, 학생들이 와서 다른 수업은 이번 주에 거의 종강을 했다고 하기에 공부할 시간을 줄 겸 이번 주에 종강을 하기로 했다. 수업을 안 한다고 과연 공부를 할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다른 과목 시험공부도 해야하니까 좀 봐줘야겠지. 2. 방학 중 보충수업은 7월 초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번에 적었듯이 언어는 안 쓰면 금방 잊어버리니까 방학이라고 그냥 놀 수가 없고, 9월에는 TOPIK 시험도 있으니 우리 학생들의 실력을 생각할 때 보충수업을 안 할 수가 없다. 중급 학생들에게 두 가지 시간대를 제시하고 하나를 고르라고..
2011년 5월 9일 월요일 ~ 5월 15일 일요일 업무 1. 3주차의 고민과 비슷한 것 같은데, 학생들이 한국어나 영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교사의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 언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의미 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게 그림카드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2. 4학년 학생들 중 한 명을 보면 참 성실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잘 듣는데, 기초가 없어서인지 똘똘하지 않아서인지 단어 시험을 봐도 읽기를 시켜봐도 그냥 저냥이다. 이런 경우처럼, 똘똘한 학생은 공부를 많이 or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따라오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은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적은 걸 볼 때면 좀 슬퍼진다...
'샘하우스'는 룩소르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집트 상형문자나 상징물 모양의 목걸이, 팔찌, 반지 등의 은세공품을 파는 가게인데, 주인인 샘 아저씨의 한국&일본 사랑이 각별해서 주 고객도 한국인과 일본인입니다. 가게에 들어서면 벽에 붙어있는 메모와 편지들에서 샘 아저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사실 룩소르에 오기 전부터 여러 블로그를 통해 샘하우스에 대해 알게 되기는 했지만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쯤 들러서 기념품을 사야겠다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2주 전쯤 일요일에 J언니가 팔찌를 산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저도 친절한 샘 아저씨의 점심초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 블로그에서 보던 대로 참 쾌활한 성격인 아저씨는 '진상' '지못미' 같..
2주 전 월요일, 그러니까 5월 2일 저녁에 제가 일하는 기관인 룩소르 관광호텔 고등교육원(=이고스)의 졸업파티가 있었습니다. 학생으로부터 초대를 받고 간 것이었는데, 가기 전에는 정확히 어떤 식으로 행사가 진행되는지 몰랐던 터라 생각 외로 다양한 공연에 뜻밖에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의 졸업식과 비슷한 행사인 것 같은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졸업이 아직 한 달은 남은 때에 열리는 졸업파티라는 것이지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가르치는 4학년 학생들 중 참석한 아이들은 한 두 명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다수가 참여하는 행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학사모를 쓰고 학장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으며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는 학생들을 보니 대견했습니다. 7시 시작이라던 행사는 8시에..
2011년 5월 2일 월요일 ~ 5월 8일 일요일 업무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5개의 수업이 있었다. 각각의 수업 후기를 작성하기는 했지만 여기에 다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수업에서 생긴 물음들과 느낀 점들만 정리해 본다. 1. 이 곳 문화인지 수업에 안 오는 학생들이 좀 있는데, 매번 같은 학생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면서 결석을 해서 수업 진도를 나갈 때 문제가 된다. 안 온 학생들을 위해 다 복습을 하자니 꼬박 꼬박 나오는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 것 같고, 그렇다고 모르는 애가 있는데 그냥 수업을 진행하기도 그렇고... (아니 대체 왜 수업에 안 나오는 거야!!) 2. 저학년들의 경우(사실 고학년의 경우도 큰 차이는 없다) 100% 한국어로만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어 영어를 빌려 설명하는데, ..
제가 있는 룩소르는 고대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수도로, 옛날 이름은 '테베'입니다. 실제로 이집트 인들이 그렇게 불렀던 것은 아니고, 어떤 단어가 당시 이 곳을 찾았던 그리스인들의 귀에는 자기들에게 익숙한 테베로 들려서 그렇게 알려졌다고 합니다. 예전의 영광이 고스란히 남아있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유적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동안에는 신전(카르낙 신전, 룩소르 신전)과 박물관이, 서안에는 왕가의 계곡을 비롯한 무덤들이 주로 있습니다. 아, 동안과 서안이라는 것은 각각 나일강을 경계로 동쪽과 서쪽을 의미합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해가 서쪽으로 지기 때문에 서쪽은 죽은 자들을 위한 땅이라고 생각해서 무덤을 그 곳에 만들고 산 사람들은 동쪽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서쪽이 죽어서 가는 곳인 것은 거의 ..
4월 18일에 룩소르에 도착해서 지금까지 약 2주의 시간을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집 청소부터 시작해서 가지고 온 짐과 택배로 부친 짐을 몽땅 정리하고, 그 와중에 한국어 수업도 하느라 나름 바빴어요. 사실 중간에 휴일도 있어서 숨 돌릴 틈은 있었는데 아직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소식을 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 지금도 선배단원인 J 언니네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인데, 언제쯤 집에서 편하게 인터넷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흑. (처음 이 포스팅을 시작하던 4월 30일로부터 또 시간은 흘러서 이제는 집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네요!) 오늘은 룩소르 도착 후 첫 포스팅으로, 저의 아늑한 보금자리인 집을 구경시켜 드리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집들을 구경하면서 봉사단원이 혼자 살기에는 너무(?) 좋은 집이 ..
2011년 4월 25일 월요일 ~ 5월 1일 일요일 업무 월요일은 이집트의 공휴일이어서 수업이 없었다. '봄의 날'이면서 시나이 반도를 찾은 기념일이라고 하는데, 봄의 날이라고 하기엔 룩소르의 날씨는 이미 여름에 가깝기 때문에 좀 이상했다. 주변 도시에서 시위가 있어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 바람에 고향에 갔던 3학년 학생 중 한 명이 돌아올 수 없어 3학년 수업은 미뤄져서 지난 주와 똑같이 수업 3개만 있었다. 4B 관광한국어 수업에서는 룩소르의 대표적 유적지인 '카르낙 신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복습하면서, 내가 따로 '이집트의 음식'에 대해 준비를 해서 가르쳤다. 가이드가 되어 한국 사람들을 만난다면 이집트의 음식 중에 뭐가 맛있는지 이야기를 할 줄 알아야 할 텐데, 지난 시간에 학생들에게 시켜 보니..
2011년 4월 18일 월요일 ~ 4월 24일 일요일 업무 (룩소르 관광호텔 고등교육원) 도착한 다음 날인 화요일부터 수업을 시작했는데, 3학년은 holy week라 집에 가는 학생이 있어 수업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4학년 수업 두 개와 2학년 수업 하나만 하게 되었다. 첫 수업이라 새로운 내용을 가르치는 대신 전에 학생들이 배웠던 내용을 복습하면서 전반적인 수준을 파악하는 방향으로 수업안을 작성했다. 먼저 4학년 학생들은 한국어 수준에 따라 두 반으로 나뉘어 있는데, B반의 세 명은 연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다녀왔기 때문에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반면 10명 남짓의 A반은 영어로 수업을 해야 했다. 내가 맡고 있는 4학년 수업은 관광한국어로, 학생들이 룩소르의 유적을 한국어로 설명할 수 있..
이집트 혁명이 없었더라면 2월 초에 다녀왔을 OJT, 날씨 따땃한 4월이 되어서야 다녀왔습니다. 제가 파견될 '룩소르 관광호텔 고등교육원'이 있는 룩소르는 고대 이집트의 유물이 남아 있는 관광도시로, 카이로에서 기차로 10시간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이전 단원들까지는 밤기차를 타고 OJT를 갔다고 들었는데 저는 혼자여서인지 사무소에서 비행기표를 끊어준 덕분에 카이로 공항에서 룩소르 공항까지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OJT 기간에는 호텔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데, 선배단원이 미리 예약을 해 둔 호텔은 예전부터 단원들이 쭈욱 이용을 해 온 곳이라 일반 관광객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습니다. 룩소르의 먹을거리 포스팅[2011/04/10 - [길위의시간/이집트통신] - OJT 기간 동안 먹고 ..
본격적인 OJT 이야기에 앞서서, 약 일주일 동안 룩소르에서 먹고 마신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 먼저, 호텔에서 아침과 저녁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선배단원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는 경우를 빼고는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비채식인의 경우에는 저녁 메뉴를 아래에 보이는 메뉴판에서 그냥 고르면 되는데, 저는 채식을 하므로 첫 날 호텔 프론트에 가서 채식으로 가능한 지 물어보았지요. (어떤 분들은 이런 것이 번거롭지 않냐고 하시던데, 사실 저는 이렇게 찾아가서 물어보고 하는 것을 좀 좋아하는 편입니다+_+) 프론트에서는 호텔 식당의 관리인을 불러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저는 약간 양보해서(원래 밖에 나오면 락토나 페스코로도 변신하기 때문에?) 치즈, 샐러드, 빵 등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