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쾌한 아침 이상하게 알람도 울리지 않았는데 아침 6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일어나서 뭘 할까 하다가 이미 해가 떠서 밝아진 창밖을 보고 아침 산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몇 달 전에 5515 종점 근처에 '샘말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주민을 위한 휴식공간이 만들어졌는데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터라, 세수도 하지 않고 그냥 디카만 챙겨서 집을 나섰다. 혹시 사람이 너무 없으면 그냥 집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너무 흉흉한 세상이니까) 웬걸, 부지런한 아주머니&할머니들께서 공원에 삼삼오오 모여서 운동을 하고 계셨다. 관악산 등산로 앞까지 살짝 걸어갔다가 기구들을 이용해서 허리, 다리, 팔 운동 같은 것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침으로는 오월의 종에서 산 잡곡호밀빵을 살짝 토스트해서 과일과 함께..
모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양귀자 (살림, 1998년) 상세보기 ※ 양귀자 씨는 이 책을 쓰면서,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사람이 전부 '첫 독자'이길 꿈꾸었다 했습니다. '소설에 관해 유포된 어떤 독후감에도 침범당하지 않은 순수한 첫 독자의 첫 독후감들을 많이 만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을 존중하기 위해, 아직 을 읽지 않은 분들은 이 글을 읽음으로써 소설의 '순수한 첫 독자'가 될 기회를 빼앗길 수도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 ■ 왜 읽었을까? 사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벌써 3년 전, 친구 ㅊㄷㅂ양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소설이란 몹시도 취향을 타는 것이라 누가 강력히 추천을 한다 해도 덜컥 믿고 읽을 수는 없지만, '비슷한 감수성의 친구'는 그래도 비교적 믿을 만한 ..
핑퐁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민규 (창비, 2006년) 상세보기 ■ 왜 읽었을까? 을 처음 본 것은 창비에 연재될 당시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내가 펼친 부분은 '핑퐁'이 끝도 없이 나열된 그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박민규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다시 에 손을 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후로 4년에 가까운 시간이 훌쩍 흘렀고, 종강 이후 읽을 책을 고르면서 일종의 '지평의 전환'을 불러 일으킬 만한 책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손에는 이 들려 있었다. 어쩌면 나는 2005년 여름,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을 읽으며 받았던, 그런 충격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 어땠냐고? 일단은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박민규..
사과는 잘해요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이기호 (현대문학, 2009년) 상세보기 프랑스에 가져갔던 책 2탄! 외국에 나가 있을 때 매우 일상적인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언어다. 현지 언어에 완전 통달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늘 어떻게 말할까 저건 무슨 뜻일까 등등 언어와 관련된 자잘한 고민을 달고 살아야 하고, 그래서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소설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모르는 단어가 툭툭 튀어 나오는 책을 읽다 보면 이게 독서인지 공부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종종 아무 고민 없이 내용에 빠져들 수 있는 한국 소설을 무진장 읽고 싶었더랬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였다. '사과는 잘해요'라니 왠지 흥미로울 것 같고, 책표지 그림도 그럴 듯 하게 보이고....
가고 싶은 길을 가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로랑 구넬 (조화로운삶, 2009년) 상세보기 2010년 들어 거의 첫 번째로 읽은 책이다. 프랑스에 가면서 얄라에게 줄 선물로 챙겨 갔는데, 가는 비행기 안에서 틈틈히 다 읽고 옆 줄 아주머니까지 빌려 드렸다; 사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 제목 그대로, "가고 싶은 길을 가라"는 것. 주인공이 한 현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을 다시 떠올려 보고, 그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조금씩 터득해가는 과정이 소설 비슷하게 그려진다. 메시지만 생각한다면 진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보니 외롭고 쓸쓸하게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씁쓸한 초콜릿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리암 프레슬러 (낭기열라, 2006년) 상세보기 과외하러 갔다가 책장에서 발견, 빌려서 후딱 읽어버렸다. 청소년 추천 도서 이런 걸로 지정되어 있던데, 과외돌이에 의하면 '청소년의 수준을 살짝 넘어서는' 소설이라고... 아마도 중간에 보기에 따라 약간은 민망할 수도 있는 성적인 내용이 나와서인 것 같은데, 고1인 녀석이 그 정도 가지고 무슨! 훗- 줄거리는 에바라고 하는 십대 소녀가 자신의 뚱뚱한 몸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에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힘들어 하다가, 우연히 만난 미헬이라는 소년과 사귀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나가게 되는 내용이다. 내용이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가고, 소재도 청소년들이 관심있을 만한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선옥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오늘 점심 무렵부터 시작해서 병원 다녀오는 지하철 내내 읽고,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손에서 놓지 않고 읽은 끝에 방금 마지막 장을 덮은 소설. 제목과 표지(내가 가지고 있는 책의 표지는 위에 나와있는 것과 조금 다른데, 어쨌거나 둘 다 좀 소녀틱해서 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다)를 보고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다른 내용이었는데, 그 다르다는 것이 좋은 방향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스무살의 로맨스 같은 거려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하나 둘 속살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에 나는 때때로 책을 덮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했고, 깊게 숨을 들이쉰 후에야 다시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이 책에 정확한 년도가 나오지는 ..
자기앞의 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에밀 아자르 (문학동네, 2003년) 상세보기 이 책은, 줄거리를 정리해 놓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전개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일어나지 않고, 주인공 소년 모모의 시점에서 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욱 나열되는 식이라 과연 소설이 끝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기는 하는 걸까 하는 의심을 할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볼 때 서사에 중심을 두는 내 취향의 소설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읽는 것이 시간이 아까웠다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좀 특수한 카테고리에 들어갈 것 같다, 이 소설. 솔직히 말해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의 8할은 이 책의 작..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카를로 프라베티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YES 24에서 책구경하다가 처음 보고 재밌겠다 싶었는데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자금난으로 잠시 보류, 그러다가 운좋게 책을 얻게 되어서 어제 오늘 지하철에서 술술 읽었다 :) 줄거리를 소개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이야기 못 하겠고, 이 책에 대한 감상을 한 줄로 줄이면 '기대만은 못 하지만, 가볍게 읽기 좋고, 재미있음'이 되겠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바, 세상에는 이것 혹은 저것으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고, 미친 사람들이 오히려 세상의 본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등등- 에는 마음 깊이 공감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136쪽짜리 책에 담아내려 하다 보면, 둘 중 하나가 되는 게 아니겠는가. 작가의..
이런 잡지가 있는 줄도 몰랐다! 내가 아는 청소년용 잡지(?)라고는 그저 독서평설이 전부였던지라.. T_T 어제 얻어와서 오늘 아침 찬찬히 읽어보는 동안 꽤 마음에 들어서 간단히 소개하고 싶어졌다. 문학동네에서 펴내고 있는 '풋'은 '청소년을 위한 전방위 문학문화잡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 타이틀에 걸맞게 시, 소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사진/그림, 인문학 강의 등이 실려 있는데, 예를 들어 이번 봄호에서는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씨, 소설가 오정희 씨를 만날 수 있으며 강대진 선생님의 철학교실에서는 희랍비극인 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실 강대진 선생님 글이 실려 있어서 이 잡지에 대한 점수가 전반적으로 좀 더 후해진 것 같기도- 캬캬) 이번 호의 주제는 '단추'였는데..
하나 드디어 주택보조금에 대한 최종 우편물이 날아왔다 :) 서류 받으러 한 번, 서류 내러 한 번, 은행 계좌 증명서 내러 한 번, 빠진 부분 메꾸러 한 번. 처음에 '두 번만 가면 충분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은 온전히 나의 착각이었고 결국 네 번 걸음 끝에 주택보조금을 획득했다. 우리 기숙사에 나오는 돈이 다른 기숙사에 비하면 적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나, 어쨌거나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온 것에 난 마냥 기쁘다 히히. (어차피 금액이 바뀔 것도 아닌데 비교하면 뭘 하나 풋) 둘 쓸이가 보낸 책이 도착했다 :) (무슨 책일까요?) 꼭 전에 포스팅 한 글 속에서 은근히 '이 책이 갖고 싶어' 라고 말했던 것 같아서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그 책을 갖고 여행할 수 있어서 기쁘다 히히. e-book을 통해서 대강의..
요 근래 이틀 동안 두 권의 책을 읽었다. 하나는, 프랑스 소설인 (물론 한국말로 된 거) 또 다른 하나는, 김형경의 심리여행에세이 (이건 e-book 다운 받은 거) 이다. 은 아직 다 읽지 못 했지만, 그래도 이 두 권의 책을 내리 읽는 동안 여러 생각을 했다. 첫째로 프랑스 소설 는 내 생각과 많이 달랐지만, 결론적으로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는 '이 작가 이야기를 대체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냥 작가의 의도대로 잘 끌려다녔더니 마지막 순간, 숨어있던 반전의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사실 마지막 한 챕터는 앞 부분들에 비하면 긴장도 떨어지고 밋밋한 편인 것 같다. 게다가 나는 그 챕터의 전체적인 말투, 어미 자체에 묘한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던 터라..
봄방학 여행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비행기표 예약을 드디어 마쳤다 :) 사실 일정이 생각보다 간단해진 바람에 별로 크게 고민할 것은 없었지만, 지난 주에 계획 짤 때만 해도 0유로에 택스만 붙어서 고작 10유로이던 파리-로마 표가 오늘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25유로에 택스가 붙어서 50유로쯤이 되어버려있었다 :( 그 때 당장 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짬이 난 오늘에서야 결제를 한 것이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아까운 건 아까운 것... 그 가격을 못 봤으면 또 몰라. 다른 표들도 조금씩 올라 있어서 약간 고민하다가 살짝 집어넣어뒀던 산토리니를 아예 빼버렸다. 신혼부부들이 간다는 섬에 나 혼자 가면 뭐 하겠어, 하는 생각도 좀 들고 (쳇) 아테네에 가서 (가능하다면) 직접 페리 표를 구해서 섬에 ..
, 이영욱, 김영사 책 표지에 버젓이 '고시생의, 고시생에 의한, 고시생을 위한 만화!' 라고 쓰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먼 곳에서 (고시생도 아니면서) 굳이 이 책을 읽은 이유가 무엇이었을래나. 그냥, 뭔가가 읽고 싶긴 했는데 글로 된 책을 붙들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은 상황에서, e-book 도서관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만화'책을 발견한 기쁨 때문에 곧장 책읽기를 눌렀던 거다 :) 이 한 편의 만화책으로 내가 어찌 감히 고시생들의 삶을 다 알 수야 있겠냐마는 그냥 여러 편의 만화들을 읽다 보니 대강은 어떤 것이 힘들겠다, 짐작할 수 있겠더라. 좀 신기했던 것은, 나는 별로 의식하지 못 했던 '신림동 고시촌'(정확하게 말하면 고시촌 '옆' 이지만)이 그 곳에서 진짜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
, 권삼윤, 푸른숲. 실로 오랜만에 술술 읽은 '책'이었다. 이 곳에 온 이후로 책이라고 할 만한 것은 구경도 하지 못 했으니 T_T 아니지, 여기 와서도 책은 많이 보았는데 그것이 죄다 프랑스어 교재였을 뿐이다! 프랑스어 책들은 내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다. (아무리 잘 해봤자 그건 '해석'이다. 아니 '해독'인가? 독서교육론에서 배웠었는데!) 그에 비해 우리말로 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편한지. 단어에 신경쓰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이렇게 기쁜 일이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읽은 것을 '책'이라고 말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읽은 것은 종이로 된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전자책" 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책', 아니 뭐라도 내가 술술 읽어낼 수 있는 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