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월도 다 끝나간다>_< 다음 주면 개강-! 그런 의미에서 방학 동안 했던 것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검도 7월 말엔가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발목 부근이 까져서 거의 한 달 쉬었다. 사실 호구 쓰고 나서 휘청 휘청 대고 실력은 느는 것 같지도 않아서 슬럼프이기도 했고. 어쨌거나 60만원짜리 호구를 생각하니 도장으로 돌아가게 되더라. 지금은 다시 재미 붙이고 있음. 4급 심사도 통과 :) 철학 아카데미 강대진 선생님의 에우리피데스 희랍 비극 강의를 들었다. 동대입구까지 가기는 은근 귀찮았지만 8주 동안 꾸준히 참석. 읽다 보니 다시 슬슬 재미있더라. 어떻게 그 옛날에 이런 작품을 썼을까 싶기도 하고. 그 동네 사람들의 뇌구조가 좀 궁금해. 라틴어 희랍어 공부 혼자서 복습. 라틴어는 희랍어에 비해..
씁쓸한 초콜릿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리암 프레슬러 (낭기열라, 2006년) 상세보기 과외하러 갔다가 책장에서 발견, 빌려서 후딱 읽어버렸다. 청소년 추천 도서 이런 걸로 지정되어 있던데, 과외돌이에 의하면 '청소년의 수준을 살짝 넘어서는' 소설이라고... 아마도 중간에 보기에 따라 약간은 민망할 수도 있는 성적인 내용이 나와서인 것 같은데, 고1인 녀석이 그 정도 가지고 무슨! 훗- 줄거리는 에바라고 하는 십대 소녀가 자신의 뚱뚱한 몸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에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힘들어 하다가, 우연히 만난 미헬이라는 소년과 사귀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나가게 되는 내용이다. 내용이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가고, 소재도 청소년들이 관심있을 만한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선옥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오늘 점심 무렵부터 시작해서 병원 다녀오는 지하철 내내 읽고,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손에서 놓지 않고 읽은 끝에 방금 마지막 장을 덮은 소설. 제목과 표지(내가 가지고 있는 책의 표지는 위에 나와있는 것과 조금 다른데, 어쨌거나 둘 다 좀 소녀틱해서 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다)를 보고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다른 내용이었는데, 그 다르다는 것이 좋은 방향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스무살의 로맨스 같은 거려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하나 둘 속살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에 나는 때때로 책을 덮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했고, 깊게 숨을 들이쉰 후에야 다시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이 책에 정확한 년도가 나오지는 ..
자기앞의 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에밀 아자르 (문학동네, 2003년) 상세보기 이 책은, 줄거리를 정리해 놓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전개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일어나지 않고, 주인공 소년 모모의 시점에서 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욱 나열되는 식이라 과연 소설이 끝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기는 하는 걸까 하는 의심을 할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볼 때 서사에 중심을 두는 내 취향의 소설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읽는 것이 시간이 아까웠다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좀 특수한 카테고리에 들어갈 것 같다, 이 소설. 솔직히 말해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의 8할은 이 책의 작..
오늘은 오랜만에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다 :) 휴가를 받아 나온 현진, 요새 통 얼굴을 보지 못 했던 꼬- 특별히 문학학회라는 이름을 달고 만난 것도 아니었는데, 밥을 먹고 자리를 옮긴 이후로 우리 입에서 나온 얘기는 세미나에서와 다름없었던 것 같다. 아날로그적 인간들이라고 해야 하나.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속의 사람들에 '공감'하는 것이 우리의 공통점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부터 어렴풋이 느꼈듯 우리의 '취향'은 참 많이 다르기도 하다. 나처럼 이야기, 서사 그 자체를 좋아하고 그 속의 의미에 집착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현진이처럼 눈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통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또 김연수씨에 대한 팬심을 글로 써야 했던 꼬 ..
전공이 국어교육이다 보니까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국어과외를 몇 번 했었다. 중3, 고1, 고2 등 학년도 나름 다양했고 내신 국어 / 수능 언어영역 다 해 보았는데, 첫째로는 말을 많이 해야 해서 별로였고 (설명을 어느 정도로 해 줘야 할 지도 모르겠고) 둘째로는 대체 뭘 중점적으로 가르쳐야 하나 잘 모르겠어서 스스로 국어과외를 찾게 되지는 않았더랬다. 그런데 요즘은 사촌동생(고1) 언어영역 공부를 좀 봐 주면서 언어영역 과외의 재미를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전에 과외 할 때는 틀린 문제 중심으로 문제 풀이 하고 넘어가는 정도로 했었는데 이번에는 시험 삼아 방법을 바꿔봤다. 먼저 문제를 풀고 나면 그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 줄 긋고 사전에서 찾게 한 다음, 단락 별로 중심 내용을 설명하라고 한다. 여기서..
검도 어린이날 이후로 개근, 이라고 해 봤자 사실 그렇게 길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 전에 팔 다리가 쑤실 때마다 검도 쉬는 것을 자기합리화했던 데 비하면 나름의 발전. 기초 연습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지라 자꾸 빠지다가는 나중에 좀 부끄럽겠구나 싶었달까. 그리고 꾸준히 매일 나가면 금방 호구를 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 무거운 호구를 빨리 쓰고 싶지는 않지만(그것도 여름에!) 나 혼자 기초반에 계속 남아있기는 싫어요... 아침 6시에 알람시계가 울리면 일어나기 싫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막상 검도장 가 보면 또 기분이 상쾌하니까, 그 순간의 욕망을 잘 제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그런데 생각해 보면, 프랑스랑 뉴질랜드에서는 할 거 없어도 6시에 꼬박 꼬박 잘 일어났는데 이상하게 서울은 ..
전자렌지보다 더 작은 크기의 오븐 토스터기를 하나 산 이후로 베이킹에 열중하고 있다. 크기가 작다보니 쿠키 몇 개 굽는 데도 몇 번 돌려야 해서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요 작은 오븐 토스터기가 그래도 잘 돌아가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 처음 베이킹을 시작한 것은 프랑스 기숙사에서 였다. 오븐이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닌 동네라, 기숙사 부엌에도 오븐이 2개 구비되어 있었고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베이킹이 나중에는 일본 아이랑 레시피도 교환하게 만들었더랬다. 뉴질랜드에서도 홈스테이 오븐을 이용해 가끔 쿠키, 파운드케잌 따위를 구웠는데 사실 나는 만드는 게 재밌어서 베이킹하는 거라 잘 먹어줄 사람이 여럿 필요한데 그게 좀 아쉬웠다. 아무튼 요즘에는 책과 인터넷에 올려진 레시피들을 참고해서 이것 저..
기숙사에서 5분 거리, 빵집이 하나 있었다. 한국의 체인점들처럼 화려한 조명으로 무장한 깔끔한 '매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시설이 낙후되었거나 지저분한 것도 아닌, 프랑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빵집. 한창 빵에 중독되어 있었던 때는 거의 매일 그 곳에 들르곤 했다. 빵집 주인 아주머니는, 내가 아는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처럼, 친절했지만 그 이상의 관심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프랑스어에 그리 자신이 있지 않았을 때는 해야 할 말을 정리, 점검하느라 몇 마디 오가지도 않는 그 짧은 시간에 가슴이 콩닥콩닥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는 무슨 빵을 먹을 지 마음을 정하지 못 한 탓에 아주머니와의 인사는 흘려 보내곤 했다. 가끔씩은 초콜렛이 들어간 패스트리 류의 뺑오쇼콜라(Pain au chocol..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카를로 프라베티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YES 24에서 책구경하다가 처음 보고 재밌겠다 싶었는데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자금난으로 잠시 보류, 그러다가 운좋게 책을 얻게 되어서 어제 오늘 지하철에서 술술 읽었다 :) 줄거리를 소개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이야기 못 하겠고, 이 책에 대한 감상을 한 줄로 줄이면 '기대만은 못 하지만, 가볍게 읽기 좋고, 재미있음'이 되겠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바, 세상에는 이것 혹은 저것으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고, 미친 사람들이 오히려 세상의 본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등등- 에는 마음 깊이 공감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136쪽짜리 책에 담아내려 하다 보면, 둘 중 하나가 되는 게 아니겠는가. 작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