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사랑한수식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오가와 요코 (이레, 2009년) 상세보기 ■ 왜 읽었을까? 이번 학기 성미산 학교 책 수업에서는 내가 책을 지정해 주는 대신에 학생들이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골라 읽고 글을 쓰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민환이가 고른 책인데, 나도 내용을 알고 있어야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을 해 주니까 무조건 읽어야 했다 =_= 그렇지만 전부터 궁금했던 책이라서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읽었음. ■ 어땠냐고? 이야기만 놓고 보면 좀 잔잔하지만 감동도 있고 설정 자체도 흥미로웠는데, 그 표현 방식에서 특별히 인상깊은 것은 없었다. 읽으면서 여러 번 곱씹어 보게 만드는 표현도 없었고, 발목을 붙잡는 것 같은 물음을 던지지도 않아서 좀..
고기를 멀리하고 풀과 친하게 지낸 것이 어언 1년. 2009/09/23 - [생각주머니] - 채식을 시작하다 위의 글을 썼던 것은 9월 23일이지만 글에서 채식을 한 지 한 달 반 정도가 되었다고 했으니 거의 8월부터 시작했던 셈이다. 한울벗 카페에서는 10년씩 채식을 한 분들도 종종 있어서 1년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겠지만, 어쨌거나 나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는 1년이었으니 그동안의 생활을 정리해 보았다. # "고기 먹고 싶지는 않아?" 채식을 한다고 하면 종종 받는 질문 중의 하나.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실 고기 자체가 땡기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대신 고기를 둘러싼 것들 - 이를테면 양념치킨의 소스라거나, 뚝불의 국물 같은 것 - 은 종종 생각이 날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은 맛이 아주 똑같지는 않더라도..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서영남 (휴, 2010년) 상세보기 ■ 왜 읽었을까? 방학 하고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자꾸 집에서 뒹굴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그 여유로운 시간을 좀 더 가치 있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민들레 국수집을 발견했다. 민들레 국수집은 전직 수사인 서영남씨가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인천에 있다고 했다. 홈페이지와 여러 블로그에서 민들레 국수집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니 이 곳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 올해 초 방송된 인간극장을 다운받아 보았는데, 참 감동적이었다. 그 감동이 이 책을 읽는 것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 ..
어떠한 문화활동도 없이 살았던 팍팍한 5월의 교육실습 기간 중에, 동률님과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씨가 '베란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했다는 것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_+ 삶에 여유가 찾아온 요즘, 시간 날 때마다 그 앨범을 듣고 있는데 아,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좋은 노래들 >ㅁ< 오랜만에 가사도 선율도 연주도 부르는 사람도 몽땅 마음에 드는 음반을 만나서 매우 행복하다. 제일 먼저 귀에 들어왔던 곡은 '기필코'. 가사가 정말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잘 하고 싶은데 내 마음처럼 되지는 않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해치워 버리고 싶지는 않은 때의 괴로움이랄까. 그런데 멜로디가 신나서 그런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 두 번째로 기억에 남은 곡은 '괜찮아'였는데, ..
모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양귀자 (살림, 1998년) 상세보기 ※ 양귀자 씨는 이 책을 쓰면서,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사람이 전부 '첫 독자'이길 꿈꾸었다 했습니다. '소설에 관해 유포된 어떤 독후감에도 침범당하지 않은 순수한 첫 독자의 첫 독후감들을 많이 만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을 존중하기 위해, 아직 을 읽지 않은 분들은 이 글을 읽음으로써 소설의 '순수한 첫 독자'가 될 기회를 빼앗길 수도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 ■ 왜 읽었을까? 사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벌써 3년 전, 친구 ㅊㄷㅂ양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소설이란 몹시도 취향을 타는 것이라 누가 강력히 추천을 한다 해도 덜컥 믿고 읽을 수는 없지만, '비슷한 감수성의 친구'는 그래도 비교적 믿을 만한 ..
핑퐁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민규 (창비, 2006년) 상세보기 ■ 왜 읽었을까? 을 처음 본 것은 창비에 연재될 당시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내가 펼친 부분은 '핑퐁'이 끝도 없이 나열된 그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박민규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다시 에 손을 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후로 4년에 가까운 시간이 훌쩍 흘렀고, 종강 이후 읽을 책을 고르면서 일종의 '지평의 전환'을 불러 일으킬 만한 책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손에는 이 들려 있었다. 어쩌면 나는 2005년 여름,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을 읽으며 받았던, 그런 충격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 어땠냐고? 일단은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박민규..
낮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3학년 4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멘토링과 교생실습의 기억이 혼합된 듯한 꿈이었는데, 어쨌거나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나니 반갑더라구요. 교생들을 보내놓고 잘 지내고 있을지, 뭐 선생님들 말씀으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진다고 합니다만 ^_^ 교육실습을 하는 동안 담임 교사의 역할을 해 볼 기회가 세 번 있었습니다. 그래봤자 담임 업무를 다 맡아서 할 수는 없고, 조례 종례를 하는 것이 전부긴 했지만 수업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종례 때는 이미 아이들의 마음이 학교 밖을 나선 상태이기 때문에 긴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서, 저희 반의 경우 주로 조례 때 10분 정도, 교생들이 준비해 온 이야기를 해 주는 식으로 진행을 했었습니다. 제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조례에서 했던 이..
애기똥풀이 하는 말 정일근 내 이름 너희들의 방언으로 애기똥풀이라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몸 꺾어 노란 피 내보이며 노란 애기똥을 닮았지, 증명하려고는 마 너희들이 명명한 가벼운 이름, 더 가벼운 손짓에 나는 상처받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어 너희들 속에 생명이 있다면 내 속에도 뜨거움이 있고 너희들이 이 땅에 존재한다면 나도 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어 이제 우리 서로 사랑하기로 해 내 너희들에게 착한 자연이 되듯이 너희들도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줘 너희들의 방언으로 내 이름 부르기 전에 이제는 내 방언에 귀 기울여줘 내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너희들의 이름 부르고 있는지 아니 귀 기울여줘, 내가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친구라고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
어제, 그러니까 4월 29일 목요일에 있었던 여섯 번째 수업입니다. 그 전 주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강을 했었던 터라, 또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었지요. 다른 학년들은 여행을 떠나서 학교 전체가 조용했습니다. 정말 적막 그 자체 +ㅁ+ 교무실에 들러 나눠줄 프린트물 복사를 한 다음 교실에 들어갔는데, 느껴지는 분위기가 좀 그랬습니다. 다들 약간 처져 있고, 아침인데도 별 활기없는 느낌이랄까요. 저도 덩달아 조금 힘이 빠졌지요. 상황은 지난 차시 수업과 비슷했습니다. 즉 책을 읽어 온 아이, 안 읽어 온 아이, 책을 안 가져 온 아이, 글까지 써 온 아이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어요.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지난 주에는 제가 휴강을 하면서 그 시간에 감상문을 쓰게 해 달라고 선생님께 부탁했기 때문에 ..
2주 전, 4월 15일에 있었던 다섯 번째 수업의 후기를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수업 후에 바로 바로 남겨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것 저것 하는 사이에 시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자고로 시간은 기억을 변형시키게 마련인데, 앞으로는 바쁘더라도 꼭 이틀 사흘 내로 쓰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4월 8일에는 반 전체가 강릉으로 여행을 떠나서 수업이 없었구요, 이 날 드디어 다시 5명과 수업을 하게 되어서 조금 기대를 안고 학교로 갔습니다. 참, 저와 2005년에 사범대 열린교실에서 만나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아 있는 J도 수업을 보러 동행했어요.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수업을 시작하려 하는데, 이 날도 어김 없이 문제 발생. 2주 전에 나누어 준 프린트물을 안 가져오거나 안 읽어온 아이가 다섯 중 셋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 글은 산에 갔다왔다는 자랑 + 채식에 대한 생각 + 옛날에 읽은 책(부엌) + 요즘 배운 이론(바흐찐) 의 짬뽕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것이 바로 탁쌤이 원하시는 21세기의 글쓰기가 아니겠냐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어요. 그다지 재미는 없겠지만 혹 읽어 보실 분들을 위해 :) 지난 토요일, 드디어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온 듯 따뜻했던 그 날, 나는 처음으로 관악산에 올랐다. 그 기슭에 있는 학교를 다닌 지 5년 만에, 비로소 산을 오를 마음이 생긴 것이다. 예전에는 어차피 도로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흙을 밟고 나무 사이를 지날 때 드는 상쾌한 기분에 나도 나이를 먹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정문 쪽에서 등산을 시작해서 삼막..
클래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프랑수아 베고도 (문학동네, 2010년) 상세보기 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깐느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탔다는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2008년이었네요, 그러면 제가 프랑스에 있었던 때인데 당시에는 관심이 없었나;) 프랑스에서 알게 된 J언니가 편집한 책이라고 해서 관심이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4월 1일이었나 그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을 했기에 처음에는 영화를 보러 갈까 생각하다가 영화를 먼저 보면 소설을 읽는 데 아무래도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책 먼저 읽기로 했지요. 읽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중간 중간 과제, 공부 등의 다른 일을 해야 해서 단숨에 읽지 못 했는데도 총 3일을 넘기지 않았으니까요. 막상 문제는 읽은 다..
지난 주, 결석한 3명을 제외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온 다음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수업에 참여하려는 아이들에게서 신청서를 받아냈습니다 :) 우여곡절이라 함은, 각각 수요일 오후와 밤 12시에 신청서가 들어와서 2명 수업 자료를 준비했는데 다음 날 성미산 학교에 갔더니 메일함에 또 하나가 들어와 있었고, 마지막으로 교실에 가서 하나를 받았거든요. 이렇게 해서 총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의 소설 읽기를 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아 정확히는, 안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아이들이 두 명이니까 다섯 명이 될 가능성도 있군요.) 신청서를 읽어 보았더니 책이랑 친해지고 싶다는 이유에서 수업을 듣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원래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서 듣는다는 아이도 있었어요. 저에게는 이유 자체보다는 이..
두 번째 수업을 마치고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도 즐겁고, 아이들도 즐거운 소설 읽기 수업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그러다 번뜩, 이 수업이 의무 과목이 아니라 선택 과목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시간표 상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 수업에 들어오지만, 만약에 선택권을 주고 '듣고 싶은' 사람만 듣도록 한다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고등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수리와 심순께 상의를 했고, 세 번째 수업이 있는 주의 화요일에 확인을 했더니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 즉시 수강 신청서를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는 소설 읽기 수업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
오늘 소설 읽기 수업을 마치고 직행한 곳은 바로 '동네부엌'입니다 :D '동네부엌'은 성미산 마을의 유기농 반찬가게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던 분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고 해요. (여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기사를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겨레 기사 http://community.hani.co.kr/board/view.html?board_id=cm_together2&uid=41556 동네부엌 홈페이지 http://www.organickitchen.co.kr/ 음, 제가 왜 반찬가게에 갔는지 궁금하실 분도 있을 것 같아요. 학생에게는 여전히 고가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유기농 반찬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구요 ^_^ 이 곳 사람들이 만들어 낸 공동체를 마을 극장, 마을 식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