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후기를 미루다 보니 이제야 쓰게 되었네요 흑. 일주일 전에 있었던 두 번째 수업 후기입니다! 3월 18일에 있었던 두 번째 소설 읽기 수업에는 고등과정 7명의 학생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래도 한 번 얼굴을 봤다고 낯이 익은 6명, 그리고 전에 얼굴을 보지 못 했던 다훈이. 모두와 간단하게 인사를 한 다음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조금은 급하게 책을 구해야 했던 터라, 이 날의 텍스트인 '씁쓸한 초콜릿'을 읽지 않은 아이들이 반이었던 것이죠.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다 읽어 온 학생들에게는 활동지를 나누어 주고, 그 아이들이 줄거리와 읽은 후의 느낌, 생각 등을 쓰는 사이 읽지 않은 아이들은 책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보게 했습니다. 그렇게 30..
2010년 3월 11일 목요일. 성미산학교 고등과정 아이들과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진솔, 다함, 민환, 지원, 인국, 성원, 이렇게 6명 +ㅁ+ 아, 한 명이 더 있는데 몸이 아파서 못 왔대요. 저에게 '처음'은 늘 어색함으로 가득한 시간이라, 이 날도 많이 떨렸어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어떤 식으로 오늘 나눌 이야기들을 꺼내면 좋을지 교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리저리 고민해 보았었는데 막상 들어간 이후로는 정신이 없었기에 기억도 안 납니다 ^ㅁ^; 처음으로 한 것은 '서로 알아가기' 였습니다. 자신과 관련되어 있거나, 자신을 잘 표현해 주는 단어 5개를 쓰고 그것을 소개하는 것이었는데요 골똘히 생각해서 적어 준 아이도 있는가 하면 날림으로 쓴 아이도 있어서 그 녀석은 다시 시켜야 했..
사과는 잘해요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이기호 (현대문학, 2009년) 상세보기 프랑스에 가져갔던 책 2탄! 외국에 나가 있을 때 매우 일상적인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언어다. 현지 언어에 완전 통달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늘 어떻게 말할까 저건 무슨 뜻일까 등등 언어와 관련된 자잘한 고민을 달고 살아야 하고, 그래서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소설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모르는 단어가 툭툭 튀어 나오는 책을 읽다 보면 이게 독서인지 공부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종종 아무 고민 없이 내용에 빠져들 수 있는 한국 소설을 무진장 읽고 싶었더랬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였다. '사과는 잘해요'라니 왠지 흥미로울 것 같고, 책표지 그림도 그럴 듯 하게 보이고....
가고 싶은 길을 가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로랑 구넬 (조화로운삶, 2009년) 상세보기 2010년 들어 거의 첫 번째로 읽은 책이다. 프랑스에 가면서 얄라에게 줄 선물로 챙겨 갔는데, 가는 비행기 안에서 틈틈히 다 읽고 옆 줄 아주머니까지 빌려 드렸다; 사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 제목 그대로, "가고 싶은 길을 가라"는 것. 주인공이 한 현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을 다시 떠올려 보고, 그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조금씩 터득해가는 과정이 소설 비슷하게 그려진다. 메시지만 생각한다면 진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보니 외롭고 쓸쓸하게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팟캐스트를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언어 공부에 활용하곤 한다. 나도 뉴질랜드에 있을 때 종종 다운 받아 듣곤 했는데, 그냥 시간 날 때 무작정 라디오를 듣는 것에 비하면 완결된 한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고, 또 미리 그 내용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얻은 상태에서 듣는 것이다 보니 더 효과가 좋은 듯했다. 뉴질랜드 영어가 영국 영어에 가깝다 보니 BBC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WBC, World Book Club이다. (처음에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인가 했음) 우리나라로 치면 'TV, 책을 말하다' 의 라디오 버전 비스무리한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작가를 한 명 불러 놓고 그 사람의 책에 대해 1시간 정도 방청객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작가가 ..
2008년 여름, 어학연수를 끝내고 섭섭하다기보다는 시원한 마음으로 프랑스를 떠나왔다. 9개월을 보내면서 즐겁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마음 고생도 심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아쉬운 생각은 들지 않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탔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프랑스를 그렇게 그리워하며 지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나 그 해 가을에서 다음 해 봄까지 뉴질랜드에서 지냈기에, 2009년 3월의 나는 '이제는 떠돌아다니지 말고 좀 한 자리에서 잘 살아보자' 이런 심정이었고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 여러 활동에 더 마음이 끌렸더랬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프랑스에서, 앙제에서 보낸 시간들이 떠오르는 때는 있었지만 '그 곳에 언젠가 꼭 다시 돌아가야지!' 이런 마음은 전혀 아니었다는 거다..
0 완전 채식은 아니었지만, 육고기를 멀리하고 지낸 지 약 한 달 반이 되었다. 일종의 '탐색기간'었는데, 본격적으로 채식을 시작하기 전에 불편함이나 좋은 점 같은 걸 미리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 어느 정도는 특수한 생활 패턴 덕분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풀을 먹고 살면서도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그래서 이제는 네 저 채식합니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1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채식을 시작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이러했다. 사실 처음에 식단을 좀 바꾸게 된 것은 다이어트 때문. 자신의 몸에 대한 왜곡된 인식 어쩌고 하면 뭐 할 말이 없는데, 내 속에 오래 전부터 좀 날렵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이번 방학, 마음 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처..
씁쓸한 초콜릿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리암 프레슬러 (낭기열라, 2006년) 상세보기 과외하러 갔다가 책장에서 발견, 빌려서 후딱 읽어버렸다. 청소년 추천 도서 이런 걸로 지정되어 있던데, 과외돌이에 의하면 '청소년의 수준을 살짝 넘어서는' 소설이라고... 아마도 중간에 보기에 따라 약간은 민망할 수도 있는 성적인 내용이 나와서인 것 같은데, 고1인 녀석이 그 정도 가지고 무슨! 훗- 줄거리는 에바라고 하는 십대 소녀가 자신의 뚱뚱한 몸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에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힘들어 하다가, 우연히 만난 미헬이라는 소년과 사귀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나가게 되는 내용이다. 내용이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가고, 소재도 청소년들이 관심있을 만한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선옥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오늘 점심 무렵부터 시작해서 병원 다녀오는 지하철 내내 읽고,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손에서 놓지 않고 읽은 끝에 방금 마지막 장을 덮은 소설. 제목과 표지(내가 가지고 있는 책의 표지는 위에 나와있는 것과 조금 다른데, 어쨌거나 둘 다 좀 소녀틱해서 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다)를 보고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다른 내용이었는데, 그 다르다는 것이 좋은 방향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스무살의 로맨스 같은 거려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하나 둘 속살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에 나는 때때로 책을 덮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했고, 깊게 숨을 들이쉰 후에야 다시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이 책에 정확한 년도가 나오지는 ..
자기앞의 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에밀 아자르 (문학동네, 2003년) 상세보기 이 책은, 줄거리를 정리해 놓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전개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일어나지 않고, 주인공 소년 모모의 시점에서 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욱 나열되는 식이라 과연 소설이 끝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기는 하는 걸까 하는 의심을 할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볼 때 서사에 중심을 두는 내 취향의 소설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읽는 것이 시간이 아까웠다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좀 특수한 카테고리에 들어갈 것 같다, 이 소설. 솔직히 말해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의 8할은 이 책의 작..
오늘은 오랜만에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다 :) 휴가를 받아 나온 현진, 요새 통 얼굴을 보지 못 했던 꼬- 특별히 문학학회라는 이름을 달고 만난 것도 아니었는데, 밥을 먹고 자리를 옮긴 이후로 우리 입에서 나온 얘기는 세미나에서와 다름없었던 것 같다. 아날로그적 인간들이라고 해야 하나.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속의 사람들에 '공감'하는 것이 우리의 공통점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부터 어렴풋이 느꼈듯 우리의 '취향'은 참 많이 다르기도 하다. 나처럼 이야기, 서사 그 자체를 좋아하고 그 속의 의미에 집착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현진이처럼 눈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통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또 김연수씨에 대한 팬심을 글로 써야 했던 꼬 ..
전공이 국어교육이다 보니까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국어과외를 몇 번 했었다. 중3, 고1, 고2 등 학년도 나름 다양했고 내신 국어 / 수능 언어영역 다 해 보았는데, 첫째로는 말을 많이 해야 해서 별로였고 (설명을 어느 정도로 해 줘야 할 지도 모르겠고) 둘째로는 대체 뭘 중점적으로 가르쳐야 하나 잘 모르겠어서 스스로 국어과외를 찾게 되지는 않았더랬다. 그런데 요즘은 사촌동생(고1) 언어영역 공부를 좀 봐 주면서 언어영역 과외의 재미를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전에 과외 할 때는 틀린 문제 중심으로 문제 풀이 하고 넘어가는 정도로 했었는데 이번에는 시험 삼아 방법을 바꿔봤다. 먼저 문제를 풀고 나면 그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 줄 긋고 사전에서 찾게 한 다음, 단락 별로 중심 내용을 설명하라고 한다. 여기서..
기숙사에서 5분 거리, 빵집이 하나 있었다. 한국의 체인점들처럼 화려한 조명으로 무장한 깔끔한 '매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시설이 낙후되었거나 지저분한 것도 아닌, 프랑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빵집. 한창 빵에 중독되어 있었던 때는 거의 매일 그 곳에 들르곤 했다. 빵집 주인 아주머니는, 내가 아는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처럼, 친절했지만 그 이상의 관심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프랑스어에 그리 자신이 있지 않았을 때는 해야 할 말을 정리, 점검하느라 몇 마디 오가지도 않는 그 짧은 시간에 가슴이 콩닥콩닥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는 무슨 빵을 먹을 지 마음을 정하지 못 한 탓에 아주머니와의 인사는 흘려 보내곤 했다. 가끔씩은 초콜렛이 들어간 패스트리 류의 뺑오쇼콜라(Pain au chocol..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카를로 프라베티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YES 24에서 책구경하다가 처음 보고 재밌겠다 싶었는데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자금난으로 잠시 보류, 그러다가 운좋게 책을 얻게 되어서 어제 오늘 지하철에서 술술 읽었다 :) 줄거리를 소개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이야기 못 하겠고, 이 책에 대한 감상을 한 줄로 줄이면 '기대만은 못 하지만, 가볍게 읽기 좋고, 재미있음'이 되겠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바, 세상에는 이것 혹은 저것으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고, 미친 사람들이 오히려 세상의 본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등등- 에는 마음 깊이 공감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136쪽짜리 책에 담아내려 하다 보면, 둘 중 하나가 되는 게 아니겠는가. 작가의..
세미나에서 몇 번 이야기했듯이, 나는 소설을 써 본 적도 쓰려는 생각을 가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스로는 작가와 같은 생산적 인간에 대비되는 소비적 인간이라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그러한 내 모습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 일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 그럼 나는 왜?'라는 물음이 슬슬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나라는 인간이 '소설을 쓰고 싶을 이유'가 없을 만한 인간인 것은 또 아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글 잘 쓴다는 칭찬은 많이 들어왔고 중학교 3년 내내 백일장에 나가곤 했고 또 고등학교에서는 교지편집을 담당하는 문예부에서, 딱히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시를 쓰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것들이 '김은파가 소설을 쓰고 싶어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