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3일 월요일 ~ 2월 19일 일요일 업무 개강을 1주일 남겨 둔 이번 주. 시간표를 확인하러 여러 번 학교에 들렀지만 그 때마다 '내일 오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처음부터 그럴 거라고 예상을 하고 갔기 때문인지 이제는 그냥 담담할 뿐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이집트 식 일처리에 너무 적응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살짝 두렵기도 했다. 이 곳 사람들이 미래의 일에 대해 항상 '인샤알라(신의 뜻대로)'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본인을 합리화하는 행동이 아닐까 생각해 왔었는데, 요즘의 나를 돌아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을 닮아가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2012년 2월 6일 월요일 ~ 2월 12일 일요일 업무 방학도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지금도 언제 개강인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개강 1주일 전이 되어서야 학교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이집트의 현실. 1년치 학사일정이 나와있는 한국과는 너무 달라서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생활 월요일에는 리에와 함께 누비안 하우스에 다녀왔다. 누비안 하우스는 누비아 사람들이 직접 만든 전통 공예품을 전시하는 곳인데 얼마 전까지 2명의 자이카 단원이 파견되어 각각 구슬 공예와 도자기 공예를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지금은 두 명 다 임기가 끝나서 일본으로 돌아갔고, 곧 새롭게 한 명이 파견될 예정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자이카 단원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기다리다가 마침..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 2월 5일 일요일 업무 여전히 겨울방학이다. 원래는 2월부터 보충수업을 할까 했었는데 자이카 단원인 리에에 의하면 2월 중순 이후로(예상보다 빨리) 개강이라고 해서 일단 보류하게 되었다. 잠시 일이 있어 학교에 갔었는데 학생도 선생님도 없는 건물은 정말 조용했다. 생활 주로 오전에는 운동을 하고 집에서는 책을 읽거나 요리를 하는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하루는 S언니랑 리에와 같이 룩소르 한식당 김가네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의 주 목표는 두부였기 때문에 미리 사장님께 전화를 드려서 두부가 있는지 확인했다 :) 마파두부와 순두부찌개, 잡채와 스프링롤을 먹었는데 마파두부에는 자잘한 고기가, 순두부찌개에는 계란이 들어가 있어서 그것들을 피해 먹느라 좀 신경을 써야 ..
2012년 1월 23일 월요일 ~ 1월 29일 일요일 업무 여전히 방학이고, 독서를 하며 여유를 즐기면서 짬짬이 다음 학기 수업 계획을 짜고 룩소르 가이드책도 들여다 보고 있다. 생활 이번 주에는 이런 저런 모임이 많이 있었다. 먼저 구정이었던 월요일에는 다시 한 번 김가네에 모여 한국 사람들과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채식 만두와 두부가 들어간 떡국에다 두부김치, 잡채가 나왔고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귀한 음식인 삼겹살과 오징어볶음, 닭볶음탕까지- 사장님 덕분에 한국에서보다 더 배부르게 먹은 설날이었다. 후식으로 S언니가 만들어 온 찹쌀호떡까지 먹으니 여기가 한국인지 이집트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 작년 설날에는 급하게 한국 들어와서 부산 내려가느라 정신은 없고 울적했던 것만 기억나는데, 벌..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 1월 22일 일요일 업무 방학이라 주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번 주에 읽은 책 중에서 '열혈교사 도전기'라는 책이 교사로서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 책은 TFA(Teach For America)라는 단체를 설립한 사람이 쓴 것으로, 미국의 명문 졸업생들이 2년 동안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프로그램이 자리잡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 교육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던 데 비해(책의 제목만 본다면 당연히 그런 내용을 기대하게 되지 않는가!) 책의 대부분은 단체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어서 좀 아쉽긴 했지만, 뒷부분에서 내가 원하던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TFA의 많..
2012년 1월 9일 월요일 ~ 1월 15일 일요일 업무 방학- 일단은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중이다. 전공부터가 그랬지만,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은 몸이나 돈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일이고, 성과 또한 눈에 뚜렷이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충 하더라도 별 차이 없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내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여튼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하려면 제대로 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생활 화요일에는 J언니와 함께, 전부터 눈여겨 봐 두었던 음식점 '루프 Roof'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스낵타임 4층에 위치한 식당이라 일단 룩소르 신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만했다. 에피타이저로 주문한 각종 딥과 샐러드 세트는..
2012년 1월 2일 월요일 ~ 1월 8일 일요일 업무 수요일에는 3학년 재시험이 있었다. 다들 공부를 좀 해 왔는지 지난 번 시험보다는 점수가 많이 올랐는데, 그래도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다. 한국어 말고 다른 시험도 많어서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하니 이해는 가는데 그렇다고 해도 기운이 좀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방학 동안 보충 수업이랑 다음 학기 수업 계획을 짜면서 의욕을 좀 충전해야겠다. 생활 학기 마무리를 위해 학교에 가고, 평소처럼 졸리빌에서 운동을 하는 것 외에 그렇게 특별한 일은 없는 한 주였다. 금요일에는 여행에서 돌아온 J언니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 날 준비한 메뉴는 채소구이와 렌즈콩 수프, 통밀빵이었는데, 두툼하게 썰어 양념에 재워놓은 가지가 특히 맛있었고 룩소르에서는 보..
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 1월 1일 일요일 업무 1. 화요일에는 주 이집트 대사님과 이집트 코이카 소장님께서 우리 기관에 직접 오셔서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 세 명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행사가 있었다. 기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기관 측에서 이미 룩소르 주지사를 통해 대사님의 스케줄을 전달받고 그에 맞춰 행사를 준비해 놓은 덕분에 내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급하게 결정된 행사여서 전체 학생들이 참석하지는 못 했지만 최소한 그 자리에 있었던 학생들은 대사님을 만난 것에 매우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서 그 모습을 보는 나도 좋았고, 또 한편으로 한국을 잘 모르던 학생들에게 새로운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계기가 된..
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 12월 25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 수업을 끝으로 2011-2012 가을학기가 마무리되었다. 10월부터 시작해서 두 달 조금 넘는 기간에 불과한 짧은 학기였지만 새로운 학생들을 맞아 처음으로 한글을 가르쳐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터라 나에게는 그리 만만하지 않은 학기였다.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보며 힘을 얻기도 했고, 어떻게 해도 발전하지 않을 것 같은 학생들의 모습에 좌절을 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우리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조금씩은 늘지 않았나 싶다. 시험 후에는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학기 준비도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관광 한국어 교재를 만드는 데 집중을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방학이라고 그냥 쉬면 애들이 또 한국어 싹 까먹고 올 테니까 보충수업도 해..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 12월 18일 일요일 업무 1. 월요일에 1, 4학년 수업이 있었고 목요일에는 아스완에서 선거가 있어(지역별로 몇 번에 걸쳐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중) 투표를 하러 가는 학생들의 요청으로 휴강을 하게 되었다. 1학년은 드디어 한글 자모음을 모두 끝내고 월요일 수업에서 자음 이름을 공부했는데, 처음에는 '기역, 니은'과 '가, 나'를 헷갈려했지만 금세 잘 따라왔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숙제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oo입니다.'와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쓰도록 줄이 그어진 A4 종이를 나누어주었는데, 학생들은 하나같이 줄과 줄 사이에 글씨를 쓰는 대신 줄 위에 걸쳐서 글씨를 써 온 것이었다. 아랍어는 기준이 되는 줄이 가운데에 있고 그 아래 위로 글자가 놓인 형식..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 12월 11일 일요일 업무 1. 월요일에는 정말 황당한 생일파티가 있었다. 내 생일은 6월 12일인데, 06/12를 12월 6일로 착각한 학생들이 갑자기 생일을 축하해 준다고 자기들끼리 케이크며 선물을 준비해 온 것이다. 덕분에 여름에 태어난 내가 겨울에 생일을 축하받는 황당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Happy Birthday 김'이라고 적힌 케이크를 보니, 제과점에 가서 직접 '김'을 그려주었을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정말 고마웠다. 아래 사진을 보면 케이크를 자르면서 아주 환하게 웃고 있는 보기 드문 사진이 있는데, 사실은 케이크를 자르다가 칼이 자루에서 분리가 되는 바람에(빵칼도 아닌 식칼 같은 무서운 칼이었음) 어이가 없어서 웃고..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 12월 4일 일요일 업무 월요일에 있었던 1학년과 4학년 수업은 선거 때문에 휴강이었고, 목요일에만 수업이 있었는데, 1학년 3학년 모두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인지 수업일지를 확인해 보아도 별로 이야기 할 게 없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눈을 크게 뜨고 학생들을 잘 관찰해야겠다. 생활 지난 주 일요일에 앓아 누운 이후 월요일, 화요일 이틀 동안은 집에서 꼼짝도 안 하고 쉬어야 했다. 수요일부터는 밖에 나갈 정도로 상태를 회복했고 목요일에는 수업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지만 계속 몸에 힘이 없어서 일주일 내내 운동은 쉬었다. 주말이 되면서 다시 정상적인 몸으로 돌아와서 일요일부터는 다시 운동도 갈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아프고 보..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 11월 27일 일요일 업무 1. 1학년 : 요즘은 좀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매 시간 이전 수업에서 배운 것을 칼 같이 확인하는 대신, 복습은 하되 잘 모르는 것은 몇 번이고 다시 가르쳐주자고 마음을 먹으니 훨씬 부드럽게 학생들을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직 모음 ㅏ와 ㅐ를 헷갈려하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잘 따라하고 있고, 4학년 학생들보다는 발음이 괜찮으니까(이건 정말 슬픈 일이다) 일단은 목표 달성. 그런가 하면 학생들과의 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몇 가지 일도 있었다. 한 학생이 콥틱(이집트 기독교) 축제에 가느라 하루 수업에 못 왔었는데 다음 수업에 오면서 내 선물을 사 왔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나를 기억해 ..
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 11월 20일 일요일 업무 1. 1학년 : 명절을 보내고 오랜만에 하는 수업. 이제까지 배운 내용 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한 명씩 인터뷰 형식으로 문답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별 문제가 없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아직도 한글 쓰는 순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대부분의 글자와 달리,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기 때문에 한글 쓰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고 있었고, 또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답답했다. 아무리 어렵다기로소니 내가 내 준 숙제를 제대로 된 방식으로 하기만 했다면 이제는 몸에 익을 법도 한 것 아닌가! 그래서, 정 어..
2011년 11월 7일 월요일 ~ 11월 13일 일요일 업무 수요일까지는 현지 명절 연휴로 인해 수업이 없었고, 목요일에는 1학년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 갔다. 그런데 정말 황당하게도, 휴일이라고 학교 건물 전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금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니 목요일은 우리로 치자면 징검다리 휴일에 해당해서 다른 수업들은 휴강을 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전기까지 안 넣어 줄 줄은 몰랐다. 결국 수위 아저씨에게 늦게라도 오는 학생들이 있으면 오늘 한국어 수업은 휴강이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생활 이번 주는 수업이 없어서 평소 하던 대로 운동을 하는 외에는 책을 읽거나 베이킹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 동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