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대추야자는 우리나라의 대추와는 좀 다른 과일입니다. 어떤 분은 대추+야자인 줄 알았다고도 하시던데, 영어로는 Date라고 하는 과일이구요, 생김새를 보면 동글 길쭉한 모양이 대추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맛은 좀 다르지요. 일단 단 맛이 엄청나게 강하고, 말린 후에도 대추처럼 쪼글쪼글하기보다는(종류에 따라 그 정도로 바싹 말린 것도 있긴 하지만) 곶감처럼 말랑합니다. 어떤 것들은 신선한 상태에서는 생대추처럼 아삭한데 대신 떫은 맛이 강해서 말려 먹고, 또 다른 것들은 신선한 상태에서 촉촉하고 말랑해서 그대로 먹어도 아주 달아요. 품종이 매우 다양해서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Medjool이라는 품종이 크기도 엄지손가락 정도로 매우 크고 단 맛이 강해서 인기가 많다고 해요...
제가 하루 세 끼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식사는 아침식사입니다 :) 아침 잠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일찌감치 일어나서 씻고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만들어 먹고 있으면 아주 평화로운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아침만큼은 제가 좋아하는 빵과 과일이 주 메뉴이기 때문에(다른 식사에서는 탄수화물보다는 다른 채소나 콩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가끔은 슈퍼에서 산 통곡물 식빵이나 씨리얼을 먹기도 하지만, 아침에 뭔가 그럴 듯한 것을 먹고 싶을 때면 와플이나 팬케이크를 굽습니다. 와플도 팬케이크도 15분밖에 안 걸리는 데다, 그 사이 과일 깎고 이것 저것 준비하다 보면 금세 완성되더라구요. 특히나 와플에다가는 그 날의 기분 따라 다른 부재료를 넣을 수 있어서 매일 먹어도 지루하지 않은데, 요즘..
2011년 6월 27일 월요일 ~ 7월 3일 일요일 업무 1. 처음 룩소르에 내려와서 기관장을 만났을 때 부탁한 것이 바로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어 교실이 4층에 있다 보니 에어컨이 없이는 너무 더워 여름에 보충수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약 세 달이 지난 지금, 여전히 한국어 교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흔쾌히 에어컨을 달아주겠다고 이야기했고, 한 달 전 쯤부터 자주 찾아가 닦달을 하기 시작하자 일주일 안에 해결하겠노라 큰소리를 쳤고, 그러고도 여전히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교실 모습에 황당해서 또 찾아갔더니 일단 급한 대로 이동식 에어컨을 교실에 갖다주겠다고 했다. (사실 이렇게 간단히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에는 많은 일들이 ..
2011년 6월 20일 월요일 ~ 6월 26일 일요일 업무 1. 다음 주부터 보충수업이 시작되기에, 이번 일주일은 나름의 휴식기간으로 생각하고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지난 주에 기말고사 시험 결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이 많았던 탓에 좀 쉬고 싶기도 했고. 아, 전부터 계속 부탁? 요구? 했던 에어컨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보러 일요일에 학교에 들르긴 했구나. 생활 화요일에는 현지 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러 갔었다. 유명 관광지에서 파는 기념품들을 보면 다 그게 그거인데다 종종 너무 조잡해서 별로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던데, 이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은 예쁘고 품질도 좋아서 나도 한참을 둘러보다 동전지갑 하나를 골랐다. 적갈색 바탕에 머리에 무언가를 이..
세계 각국의 채식 음식에 관심이 많은 저는, 종종 외국 블로거들의 블로그에서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내 시도해 보곤 합니다. 먹어보지도 않은 음식을 레시피만 보고 만들다보니 가끔은 실패도 하고 국적불명의 음식이 탄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항상 똑같은 것을 먹는 것은 재미가 없고 지루해서 모험을 하는 쪽을 택하게 됩니다 :) 몇 달 전 쯤, 자주 들르는 몇 개의 블로그 중 하나인 101 cookbooks에서 '두까'라는 이집트의 고유한 혼합 향신료에 대한 포스팅을 읽게 되었는데, 정작 이집트에 살고 있으면서도 슈퍼마켓에서든 식당에서든 그것을 본 적이 없어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뜻하지 않은 기회에, 저의 아랍어 선생님인 샘 아저씨를 통해서 두까를 맛 보게 되었지요 :) 알고보니 '두까..
2011년 6월 13일 월요일 ~ 6월 19일 일요일 업무 1. 이번 주에는 이고스에서 한국어 기말시험이 있었다. 월요일에는 1, 3학년, 화요일에는 2, 4학년 시험이 있었는데, 그리 어렵지 않은 시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정말 가르친 것에 충실하게 냈는데!) 학생들이 써 놓은 답을 보니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를 수준이었다. 차라리 종강하고 바로 시험을 봤으면 그나마 수업 내용이 기억에라도 남아있었을텐데, 3주 쉬고 기말시험을 보는 지금의 방식이 더 마이너스인 듯. 결국 내가 맡고 있는 2학년에는 낙제할 학생이 하나 있고, 졸업할 4학년 중에도 출석까지 모두 합해 50점을 넘지 않는 학생들이 두엇된다. 으유 조금만 더 열심히 하지. 4학년 B반 시험은 조금 까다롭게 냈더니 아이들이 꼬박 2시간을 ..
2011년 6월 6일 월요일 ~ 6월 12일 일요일 업무 1.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방학 중 수업 계획을 짜는 정도가 업무의 거의 전부였다. 예전부터 고민했던, 아랍어-영어-한국어로 수업이 진행될 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충 수업에서는 최대한 그림카드를 활용해 볼 생각을 하고 있다. 사무실에 있는 한국어 그림카드를 사용하면 굳이 영어단어를 말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 학생들의 영어, 한국어 이중부담을 좀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라틴어를 공부할 때를 돌이켜보면, 라틴어 교재가 옥스포드에서 나온 거라 영어사전을 참고해가며 해야 해서 좀 불편하긴 했어도 대신 그 덕분에 라틴어와 영어 둘 다 공부를 하게 되어 좀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음 우리 학..
어디 가서 채식한다고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단골 질문 중의 하나가 "단백질은 뭘로 섭취해요?" 하는 물음입니다. 어떤 분들은 현미를 비롯한 통곡물을 먹으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단백질은 다 섭취할 수 있다고 하던데, 저는 왠지 더 먹어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사실 제 몸을 생각하면 굳이 더 먹어주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흑흑) 콩이나 두부를 꼭 식단에 포함시키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한국을 떠나 이집트 특히 룩소르에 오고 나서는 두부가 직접 만들어야만 먹을 수 있는, 아주 귀한 음식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삶은 콩만 먹자니 좀 심심해서 병아리콩으로는 스프레드를 만들고, 렌즈콩으로는 스프를 끓이는 등 나름의 변화를 주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올리브 렌즈콩 버거'의 레시피였습니다..
'샘하우스'는 룩소르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집트 상형문자나 상징물 모양의 목걸이, 팔찌, 반지 등의 은세공품을 파는 가게인데, 주인인 샘 아저씨의 한국&일본 사랑이 각별해서 주 고객도 한국인과 일본인입니다. 가게에 들어서면 벽에 붙어있는 메모와 편지들에서 샘 아저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사실 룩소르에 오기 전부터 여러 블로그를 통해 샘하우스에 대해 알게 되기는 했지만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쯤 들러서 기념품을 사야겠다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2주 전쯤 일요일에 J언니가 팔찌를 산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저도 친절한 샘 아저씨의 점심초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 블로그에서 보던 대로 참 쾌활한 성격인 아저씨는 '진상' '지못미' 같..
- 메 뉴 - 콩단백 주먹밥 / 도토리묵 샐러드 / 배추된장국 녹차경단과 카카오크랜베리쿠키 + 계피차 카이로에서 가져온 콩단백을 뜨거운 물에 불려 간장, 아가베시럽, 참기름, 후추, 다진마늘로 양념해 볶았습니다. 밥은 한 김 식혀 참기름과 콩단백, 잘게 부순 김을 넣고 비빈 후 동그랗게 만들어 주면 완성 :) 열심히 지고 온 도토리묵 가루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 도토리묵가루와 물은 1:6 비율로 넣고 잘 저어주면서 끓이다가 엉겨 붙기 시작할 때 현미유를 살짝 넣고 윤기를 낸 후 5분 정도 더 끓여 그릇에 부어 식혔어요. 양상추는 잘게 뜯어 주고 오이는 어슷썰기해서 그 위에 도토리묵을 얹고 간장, 고춧가루, 아가베시럽과 참기름, 송송 썬 파로 만든 양념장을 올렸습니다. 따로 찍은 사진은 없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4월 17일 일요일로, 오전에 현지적응훈련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12월 27일에 시작된 이집트 현지적응훈련이 거의 4개월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끝을 맺게 되었네요. 내일이면 모든 짐을 가지고 룩소르로 내려가게 되는데, 앞으로 20개월 동안 아무 탈 없이 활동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카이로를 떠나기 전 저에게는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이 곳에 사는 채식 블로거인 제니퍼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제니퍼는 이집트에 온 지 15년이 된 미국인으로, 인터넷에서 '천 개의 기쁨'이라는 뜻을 가진 블로그, "알프 하나(Alf hana)"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에 오기 전 여기에서 두부나 두유 등의 채식 식품을 구하는 것이 가능한 지 궁금했던 저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던..
본격적인 OJT 이야기에 앞서서, 약 일주일 동안 룩소르에서 먹고 마신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 먼저, 호텔에서 아침과 저녁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선배단원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는 경우를 빼고는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비채식인의 경우에는 저녁 메뉴를 아래에 보이는 메뉴판에서 그냥 고르면 되는데, 저는 채식을 하므로 첫 날 호텔 프론트에 가서 채식으로 가능한 지 물어보았지요. (어떤 분들은 이런 것이 번거롭지 않냐고 하시던데, 사실 저는 이렇게 찾아가서 물어보고 하는 것을 좀 좋아하는 편입니다+_+) 프론트에서는 호텔 식당의 관리인을 불러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저는 약간 양보해서(원래 밖에 나오면 락토나 페스코로도 변신하기 때문에?) 치즈, 샐러드, 빵 등이면..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곰파입니다. 현지적응훈련 중이라 어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집에 오면 5시 정도... 짬을 내서 포스팅을 하기에는 너무 정신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답니다. 오늘은 경찰의 날로 이집트 국경일이기 때문에 수업도 없으니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하면서 밀린 이야기들을 해 볼까 합니다. 무엇부터 이야기할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역시 가장 중요한 먹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D 처음 이집트로 파견국이 바뀌고 나서 가장 큰 저의 관심사는 과연 이집트에서도 채식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이집트 사람들도 콩과 야채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한시름 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현지 생활에 적응하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몇 주 전, 친구와 이태원 부다스 벨리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근처에서 예쁜 빵집을 발견해 한 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란, 우유, 버터 등이 들어가지 않은 빵이 있냐고 물었는데, 친절한 직원 분이 웃으면서 "저희 집 빵은 다 그래요~" 하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알고 보니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빵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기도 한, 날개 베이커리(Wing Bakery)와의 만남은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습니다 :)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더니 용산구에 또 다른 '날개 베이커리'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던데, 이 곳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취급하는 빵 종류를 보면 둘이 좀 다르기는 한데, '빵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
요즘 이태원에 갈 일이 많아서 FFM(Foreign food market)에도 종종 들르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구입했던 몰라세스에 이어, 오늘 요리에 사용한 것은 '껍질콩(그린빈)'과 '병아리콩통조림'입니다. 영어로는 그린빈인 껍질콩은 프랑스에 있을 때 자주 먹었던 채소인데, 볶아 먹어도 삶아 먹어도 맛있으며 니스식 샐러드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곤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는데 FFM에서 발견하고는 반가워서 무작정 집어들었어요. 다음으로 병아리콩(Chick pea)은 이집트콩이라고도 불리는데, 삶으면 포슬포슬한 식감이 아주 좋고 우리나라 콩에서 나는 콩 특유의 향이 별로 없습니다. 중동요리에서는 빠지지 않는 재료로 팔라펠(Falafel)이나 후무스(Hummus)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