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7일 월요일 ~ 12월 23일 일요일 업무 사무실에 있던 내 물건을 정리하고, 후임단원에게 드릴 업무 인수인계 서류와 함께 학생들에 대한 설명을 쓴 문서를 프린트해서 책상 위에 가지런히 두는 것으로 모든 업무는 끝이 났다. 직접 얼굴을 뵙고 인수인계를 해 드릴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다. 생활 월요일에는 룩소르 단원들끼리 모여 송별회를 했고, 화요일에는 아이샤와 함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예전 단원들이 떠나서 한창 심심했을 때 아이샤마저 없었다면 정말 쓸쓸했을 것 같은데, 이제는 내가 떠나는 입장이 되어 혼자 남겨두려니 외롭지 않을까 좀 걱정이 된다. 원래는 함께 크루즈로 덴데라에 다녀올 계획으로 휴가까지 신청해 두었지만 요즘 날씨가 많..
2012년 12월 3일 월요일 ~ 12월 9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 목요일에는 아인샴스 대학교에서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려서 몇몇 학생들과 함께 대회를 보러 카이로에 다녀왔다. 마침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 기간도 겹쳐서 나는 비행기를 타고 하루 일찍 올라가 대사관에서 투표를 하고, 다음 날 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학생들과 만났다. 우리 학생들은 직접 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구경만 하는 것이다 보니 나는 별로 할 일이 없었는데, 다른 한국어 선생님들은 리허설과 행사 진행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셔서 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말하기 대회에는 초급 5명, 중급 4명 모두 9명의 학생들이 참가해서 한국어 말하기 실력을 겨루었는데, 특히 아인샴스 학생들은 발음이 정말 좋아서 내용을 알아듣는 데 아무..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 10월 14일 일요일 업무 2학년 수업 : 학기가 시작한 지 1주일이 넘었는데도 안 오는 학생들이 있어 다른 애들에게 물어봤더니 그 중 한 명은 아예 제2 외국어를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아주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어도 힘든 고비를 넘기고 기초를 단단히 다지면서 1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지금 와서 그만둔다니 좀 아쉽지만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니 어떻게 할 수는 없다. 혹시라도 한국어 공부가 어려워서 그러는 거라면 나와 개인적으로 상담이라도 하고 옮겼으면 싶은데, 정확한 이유를 듣질 못 했으니 뭐.. 이번 주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지난 시간에 가르친 것을 많이 잊어버리고 엉뚱한 대답들을 해서 좀 힘들었다. 집에서 공부를 제대로 하는데도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더 천천히 가..
2012년 9월 3일 월요일 ~ 9월 9일 일요일 업무 1. 이번 주 월요일부터 2학년 보충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약속한 10시가 되어도 학생들이 한 명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학년이면 모를까, 2학년 학생들은 그냥 말도 없이 안 나올 애들은 아니어서 그 중 한 명에게 전화를 해 보았더니, 수업 시각을 아침 10시가 아니라 오후 2시로 잘못 들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나는 10시부터 한 시간 넘게 기다린 상황이어서 결국 이 날은 수업을 취소하고, 목요일부터 정상적으로 보충 수업을 시작했다. 전체 10명의 학생 중 룩소르에 있는 7명이 나왔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원활하게 수업이 잘 이루어졌다. 가장 신경을 긁는 학생(잦은 지각과 결석 + 숙제 안 해옴 + 실없는 농담 툭툭의 3종 세..
2012년 8월 20일 월요일 ~ 8월 26일 일요일 업무 여전히 방학 중이라 집에서 다음 학기 수업을 준비하거나 관광 한국어 교재를 손보고 있다. 생활 이번 주에는 스리랑카에 있는 동기 단원 H오빠가 국외 휴가 차 이집트 여행을 왔다가 룩소르를 방문했다. 이틀 정도 룩소르에 머무르는 동안 다른 단원들 소식도 전해 듣고, 샘하우스에도 함께 놀러가는 등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면서 프랑스 여행에서 돌아온 후의 심심함을 좀 달랠 수 있었다. 게다가 스리랑카에서 온 캐슈넛과 현지 사람들이 직접 실을 꼬아 만든 알록달록한 팔찌까지 선물로 받아 더욱 신이 났다. 나는 2년 동안 이집트에 있는다는 생각에 여유를 부리느라고 아직도 가 보지 않은 곳들이 많은데 짧게 여행을 온 H오빠는 얼마나 열심히 구경을 다니던지, 3주..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 8월 19일 일요일 국외 휴가 - 둘째 주 파리의 보석, 에펠탑 에펠탑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이런 추한 건축물을 파리에 둘 수 없다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파리의 명물이 되었다. (그럼 그 사이에 미적 기준이 달라진 건가?) 에밀 졸라는 에펠탑이 꼴 보기 싫어서 에펠탑이 안 보이는 1층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고 하는데, 그와 반대로 나는 에펠탑 전망대에 올라가면 탑이 안 보인다는 이유에서 지금까지도 전망대에 올라가보지 않았다. 날씨 좋은 날에는 낮에도 참 예쁘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좀 쓸쓸하고 울적해 보인다) 반짝 반짝 빛을 발하는 밤이면 그냥 그 자체가 보석처럼 보이는 에펠탑. 특히나 이번 런던..
2012년 8월 6일 월요일 ~ 8월 12일 일요일 국외 휴가 - 첫째 주 프랑스, 익숙한 곳으로의 여행 처음 이집트에 올 때부터 프랑스로 국외 휴가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꼭 국외 휴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가게 된다면 근처에 있는 터키 같은 곳이 어떨까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갑자기 프랑스, 그 중에서도 파리로 떠나기로 결정한 것은 어쩌면 그냥 여기를 좀 떠나고 싶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익숙하고 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좀 쉬었으면 하는 마음. 동양 여성으로서의 나를 늘 따라다니는 눈길들과 어디를 가든 끊이지 않는 호객 행위를 벗어나서, 내가 말을 걸기 전에는 아무도 나를 아는 척하지 않는 공간, 그래..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 6월 17일 일요일 업무 방학 + 국내휴가로 업무 관련 새로운 소식은 없음 생활 월요일에는 샘이 룩소르에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고 언니와 함께 샘하우스에 들렀다. 카르투쉬 핸드폰 고리, 네페르타리와 이시스 펜던트 몇 개를 샀고, 샘이 언니에게 선물로 아랍어 펜던트를 만들어줘서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왔다. 나무를 조각하는 가게에 들러 똘똘하게 생긴 호루스 조각상도 하나 샀고, 집에 돌아와서는 기차를 타러 가기 전 마지막으로 짐을 확인했다. 이 날 밤 10시 즈음 침대차로 룩소르를 떠났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시설이 좋고 깨끗해서 카이로에 도착할 때까지 편안하게 자고 쉴 수 있었다. 작지만 세면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굳이 화장실까지 가지 않아도 간단히 세수는 할 수 있었고, 저녁과..
2012년 6월 4일 월요일 ~ 6월 10일 일요일 업무 방학 + 국내휴가로 업무 관련 새로운 소식은 없음 생활 월요일에 크루즈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체크아웃이 9시 경이어서 언니와 일행은 새벽 4시쯤 벌룬투어를 하고 왔는데, 이 날은 바람이 서쪽으로 불었는지 동안으로 건너오지 못 하고 서안 어디를 헤맸다고 한다. 집에 짐을 풀고 룩소르 시내 구경을 한 다음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가 룩소르 신전을 구경했고, 인도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오랜 시간을 밖에서 보내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무리하는 대신 집에서 쉬는 쪽을 선택했다. 화요일 아침에는 8시에 출발해서 덴데라 신전을 구경하고 후루가다로 갔다. 덴데라 신전에 관한 것은 전에 올린 글에도 나와있..
2012년 5월 28일 월요일 ~ 6월 3일 일요일 업무 방학이라 수업은 없는 상태인데 유적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증을 받기 위해 여러 번 학교에 들렀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부탁한 끝에 받아내기는 했는데 과연 이번에는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생활 이번 주 금요일부터 언니와 함께 여행을 하기로 되어 있어서 그 전에 미리 집 청소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소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두던 발코니까지 싹싹 쓸고 닦았다. 대략 1년 동안 쌓인 먼지와 흙을 치우고 나니 아주 깨끗하고 좋은데 이게 얼마나 갈 지. 금요일에는 언니의 비행기 스케줄에 맞추어서 기차를 타고 아스완으로 갔다. 미리 호텔에 짐을 풀고 나일 강변을 따라 조금 걸으며 구경을 하다가 오후에 만수(아스완 현지 가이드)와 함께..
정현이 ‘호텔 파이루즈’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다른 곳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에게 자신의 다음 여행지를 이야기했을 때, 그 여행자는 자신이 묵었던 곳이라며 호텔 파이루즈를 소개해 주었던 것이다. 정현은 특별히 예약해 둔 숙소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미리 수집해 둔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그 곳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홈페이지는커녕 인터넷 카페 하나 없이 입소문으로만 영업을 한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덕분에 기차에서 내렸을 때 그녀가 가진 것은 그 여행자가 그려준 어설픈 약도 하나였다. 주변에 이렇다 할 큰 건물은 없었다는 그의 말을 반영하듯, 약도라고 해 봐야 하얀 종이 위에 직직 그어진 몇 개의 선일뿐이었다. 기차역을 빠져 나와 ..
룩소르에서 생활한 지도 이제 7개월이 넘었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가고 날씨가 좋아지면서 가끔 손님들이 찾아오시는데요, 그럴 때면 어떤 식당으로 가야할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채식을 해서 음식을 이것 저것 가려 먹는 데다 요리하는 게 취미라서 외식할 일 자체가 별로 없는데, 손님에게 매번 집밥만 먹일 수는 없어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보니 어쩌면 룩소르를 찾는 여행자 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제가 가 본 음식점 만이라도 간단하게 한 번 정리를 해 보자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입맛은 사람마다 각각 다른 거니까 너무 믿지 마시고 참고만 해 주세요. 아직 가 보지 않은 식당들이 너무 많은 것에 비해, 한 달에 겨우 한 번 외식할까 말까인 저..
운동을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않는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운동이 수영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소싯 적에는 수영대회도 나갈 정도로 꾸준히 수영을 해 왔기 때문에 진짜 겁이 많은 저도 물만큼은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스쿠버 다이빙도 한 번 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하는 여름 강좌 같은 경우 교육비용에다 바다에 가는 비용까지 합하면 좀 부담이 되어서 아직까지 시도해 보지 못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여기 이집트로 오게 되면서 꼭 다이빙을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이번에 짬을 내어 5일 동안 교육을 받고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서 돌아왔습니다. 다이빙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두 곳이 바로 '다합'과 '후루가다'입니..
여러분들은 여행을 가면 기념품으로 어떤 걸 사시나요? 저는 저를 위해서는 주로 엽서를 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작은 거라도 그 곳의 특색이 있는 물건을 선물하려고 애를 쓰는데요, 사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파리에서 산 에펠탑 열쇠고리 10개 묶음 같은 경우에는 저렴해서 선물하기에 부담은 없었지만 만질 때마다 쇠 냄새가 나고 급기야 칠이 벗겨지는 것을 보며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사실을 절감했었지요. 제가 살고 있는 이 곳 이집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념품이라면 아무래도 피라미드 모형이라거나 파피루스 책갈피 같은 것들일 거예요. 그렇지만 유적지 바로 앞에서 파는 물건들 중에는 정말 조악해 보이는 것들이 많아서 아무리 싸다고 해도 별로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7월 23일은 이집트 공휴일이어서 보충 수업이 없었습니다.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어디 놀러가고 싶기는 한데 멀리 가자니 고생만 할 것 같아서, 먼 곳에 가는 대신 룩소르 시내에서 15분이면 갈 수 있는 졸리빌(Jolie ville) 호텔에 가서 하루 푹 쉬고 왔지요 :) 졸리빌 호텔은 Kings island라는 섬 하나를 통째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룩소르 시내와는 달리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는 분을 통해 예약을 한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좋은 숙소를 사용할 수 있어서 더 좋았지요. 아무래도 배낭여행으로 룩소르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곳을 굳이 찾지 않으시겠지만, 혹 지친 몸과 마음을 푹 쉬고 싶다 하는 분들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