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2일 월요일 ~ 9월 18일 일요일 업무 1. 이번 주에는 화, 수 이렇게 이틀 동안 회화 수업을 했다. 사실 이 수업을 저녁에 하는 이유는 한 학생이 호텔에서 일을 하고 있어 저녁 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인데, 무슨 사정인지 그 학생은 어느 때부턴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준비되지 않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학교가 가르침과 배움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해서, 또 수업이 그것을 위한 시간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 각자의 역할을 다 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만큼 덜 재..
2011년 9월 5일 월요일 ~ 9월 11일 일요일 업무 1. 회화 수업 : 휴가와 현지 명절로 인해 잠시 쉬었던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수업 내용에 있어서는 특별한 게 없는데, 이 즈음 EBS 다큐멘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를 보면서 나 스스로 좀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인지 학생들과의 소통도 잘 되고, 수업이 좀 더 재미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까지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되기에는 타고난 게 부족해'라고 생각하며 자기합리화를 해 온 부분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것들을 노력으로 좀 커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렇다고 계속 노력으로 커버하면서 쭉 좋은 선생님으로만 살고 싶은 건 아니고... 아무튼 이 부분은 좀 더 수업을 해 보고 나서야 뭔가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2. 이집트에 ..
2011년 8월 22일 월요일 ~ 8월 28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는 휴가라서 수업이 없었다. 일주일 동안 학생들, 수업, 토픽 모두 잊어버리고 잘 놀고 돌아왔다 :D 생활 지난 주 금요일 저녁에 후루가다로 출발, 무사히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이번 주 금요일에 다시 룩소르로 돌아왔다. 후루가다도 룩소르 정도의 소도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화려하고 바쁜 도시의 느낌이 들어서 좀 놀랐다. 룩소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커피전문점도 여럿 있었고, 룩소르 슈퍼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들도 많았고... 여기에서도 룩소르와 마찬가지로 길을 걸을 때면 택시 기사들이 빵빵 거리며 호객행위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좀 덜 귀찮게 구는 것 같았다. 잠시 놀러온 거라 더 좋아보이는 걸까 :) 토, 일, ..
2011년 8월 15일 월요일 ~ 8월 21일 일요일 업무 1. 지난 주부터 시작한 회화 수업- 가르치는 내용은 아주 간단하지만, 학생들이 좀 더 많이 말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주에 한 것은 "이게(그게/저게) 뭐예요?"처럼 사물을 물어보는 것과 "편의점이 어디 있어요?"같이 위치나 장소를 물어보는 것이었는데, 회화 연습을 위해서 아래와 같은 자료를 만들었다. 이것처럼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심지어 종이를 잘라 풀로 붙여가며 자료를 만들다 보니 왠지 유치원 선생님이 된 느낌... 2. 다음 학기에 새로 들어올 1학년을 위해 교재를 만들고 있다. 일단 학생들이 처음 6주 동안 한글을 마스터하고, 기본 회화를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의 교재에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내서..
2011년 8월 8일 월요일 ~ 8월 14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부터 초급 회화 수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저녁 8시 수업이라서 7시 40분쯤 집을 나와 천천히 걸어 학교에 가는데, 왠지 예전에 집 근처 언어 과외하러 갈 때의 기분이 난다. 지난 주에 말했듯 Korean made easy for beginners라는 책을 교재로 삼아 기초부터 다시 복습을 하고 있다. 첫 시간에는 1과 '안녕하세요? 저는 폴이에요.'와 2과 '아니요, 회사원이에요.'를 공부했는데 역시 쉬워서인지 한 시간 30분만에 뚝딱 끝나버렸다. 두 번째 시간에는 학생들이 1, 2과의 대화문 외워온 것을 확인한 다음 내가 따로 마련해 간 자료를 가지고 이름, 직업, 국적 묻고 답하는 데 30분 정도 걸렸고, 나머지 시간은 3과 '이게 뭐..
2011년 8월 1일 월요일 ~ 8월 7일 일요일 업무 1. 중급 수업은 지난 주에, 초급 수업은 이번 주에 모두 끝이 났다. 다음 주부터는 휴가에서 돌아온 J언니가 나 대신 초급 수업을 이어가게 된다. 라마단이어서 애들이 힘들어서 수업에 못 오겠다고 하지는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까지 토픽 초급을 통과할 실력도 안 되지만, 그래도 그 태도 하나만큼은 합격점 :) 2. 원래는 더이상 맡은 수업도 없으니 이제는 진짜로 방학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때를 맞춰 이번에 졸업한 4학년 여학생 두 명이 한국어를 계속 배우고 싶다고 찾아왔다. 관광 가이드로서 필요한 한국어 실력을 갖추는 것이 그 아이들의 최종 목표이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여서 그냥 기초 회화부터 ..
2011년 7월 25일 월요일 ~ 7월 31일 일요일 업무 1. 초급, 중급 모두 지난 주처럼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중급 학생들은 라마단 동안은 좀 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서 한 달 간 수업이 없을 것 같고, 초급 학생들은 휴가에서 돌아온 J 단원 언니가 맡기로 했기 때문에 할 일이 없어졌다. 그런데 마침 졸업 예정인 4학년 여학생이 한국어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와서 아마도 다른 수업을 하나 개설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2. 활동물품지원을 통해 신청했던 책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덕분에 여름 보충수업 때도 이 책들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 일단 책들을 대강 훑어보았는데, 몇몇 책은 기대했던 거에 비해서 좀 부실했지만 쓸 만한 책도 꽤 있어서 다행이다. 생활 화요일에는 룩소..
2011년 7월 18일 월요일 ~ 7월 24일 일요일 업무 1. 초급 : 토요일은 이집트 공휴일이어서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화요일, 목요일 이렇게 두 번 수업을 했다. 지금까지 여섯 번의 수업 동안 배운 것들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시험을 한 번 봤고, 읽기 겸 받아쓰기도 약간 했다. 나는 시험 문제를 낼 때면 애들이 배운 것을 정말로 아는지 모르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문제를 몇 번 꼬아 만들곤 한다. 이번 시험 문제에서도 다분히 의도적인 함정들 - 이를테면 '우제국'과 '우체국' 같은 - 을 많이 만들었는데 학생들이 너무 쉽게 그 함정에 빠지는 바람에 보람있으면서도 좀 씁쓸했다. 애들이 점차 내 스타일에 적응해 가는 것인지, 이제는 단어도 꽤 잘 외워오고 수업 때 농담하면 웃기도 해서 나 또한 1시간 반 ..
2011년 7월 11일 월요일 ~ 7월 17일 일요일 업무 1. 초급수업 : 수요일과 토요일에 두 번 수업을 했는데, 지난 주에 비하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단어시험 통과 못 하면 집에 안 보내줬더니 그 영향인지 단어도 좀 열심히 외워 오고 있고 :) 아직도 한글 읽을 때마다ㅏ와 ㅓ, ㅐ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하는 생각에 좀 답답하기도 하지만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부드럽게 수업을 하려고 나도 노력 중이다. 2. 중급수업 : 중급 아이들은 단어 시험을 보면 거의 1개, 2개 틀릴 정도로 열심히 외워온다. 그렇지만 문제는 단어를 외우는 것만으로 한국어를 잘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각종 조사와 문형들이 작게는 뉘앙스의 차이를 만들어 ..
2011년 7월 4일 월요일 ~ 7월 10일 일요일 업무 1. 드디어 보충수업 시작! 일단 초급 수업에서는 내 욕심을 많이 부리지 않고 기본적인 동사, 형용사 변화형을 익히고 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번에 활동물품 지원 신청하면서 그림으로 배우는 한국어 단어? 뭐 이런 책과 워크북을 주문했는데, 아마 룩소르에 도착하는 건 9월이나 될 것 같아서 일단 급한 대로 한국어 그림 카드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A4 크기의 그림카드를 가지고 수업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닌데, 애들이 보고 공부하려면, 또 매번 치는 단어시험에서 최대한 영어의 사용을 줄이려면 그림을 스캔해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는 수업 끝나고 그거 한 장 한 장 스캔하느라 하루가 다 간 것 같다. 어쨌거나 이걸 사용..
2011년 6월 27일 월요일 ~ 7월 3일 일요일 업무 1. 처음 룩소르에 내려와서 기관장을 만났을 때 부탁한 것이 바로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어 교실이 4층에 있다 보니 에어컨이 없이는 너무 더워 여름에 보충수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약 세 달이 지난 지금, 여전히 한국어 교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흔쾌히 에어컨을 달아주겠다고 이야기했고, 한 달 전 쯤부터 자주 찾아가 닦달을 하기 시작하자 일주일 안에 해결하겠노라 큰소리를 쳤고, 그러고도 여전히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교실 모습에 황당해서 또 찾아갔더니 일단 급한 대로 이동식 에어컨을 교실에 갖다주겠다고 했다. (사실 이렇게 간단히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에는 많은 일들이 ..
2011년 5월 30일 월요일 ~ 6월 5일 일요일 업무 1. 6월 중순에 있을 시험 때까지 수업이 없어서, 요즘 매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학교에 안 가고 집에 있자니 너무 널널한 느낌이라 보충수업 때 쓸 수업자료라도 만드려는 생각으로 사무실에 나갔다. 일단 초급과 중급으로 나누어 수업을 짜고 있는데, 일주일에 세 번이라고 해봤자 한 달에 12번, 결국 보충수업이라고 해도 내가 원했던 것을 다 가르치기에는 좀 부족할 듯하다. 물론 숙제를 많이 내 줘서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할 생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얘네가 얼마나 따라올까 싶기도 하다. 2. 6월 중순까지 활동지원물품을 신청해야해서 준비를 시작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어 교재여서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2011년 5월 23일 월요일 ~ 5월 29일 일요일 업무 1. 다른 학년은 모두 종강을 해서 이번 주에는 4B 관광한국어 수업만 있었다. 마지막 수업이라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해 보고 싶어 '뉴스로 배우는 한국어' 수업을 계획하고 학습자료를 만들었는데, 실제로 수업을 해 보니 학생들이 좀 어려워했다. 나중에 TV5 MONDE에서 제공하는 프랑스어 교재를 직접 풀어 보면서 실패 요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는데, 학생들의 실력에 맞추어 처음에는 가장 중심이 되는 내용만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그 뒤에 세부 내용을 확인하는 식으로 문제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욕심은 크고 능력은 부족한 지라 그렇게 섬세하게 구성하지 못 한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두 시간만에 다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학생들이 스스로 단어를..
2011년 5월 16일 월요일 ~ 5월 22일 일요일 업무 1. 예상보다 좀 빨리 이번 학기가 끝나게 되었다. 6월 중순에 기말고사가 있어서 원래는 6월 초까지는 수업을 할 생각이었는데, 학생들이 와서 다른 수업은 이번 주에 거의 종강을 했다고 하기에 공부할 시간을 줄 겸 이번 주에 종강을 하기로 했다. 수업을 안 한다고 과연 공부를 할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다른 과목 시험공부도 해야하니까 좀 봐줘야겠지. 2. 방학 중 보충수업은 7월 초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번에 적었듯이 언어는 안 쓰면 금방 잊어버리니까 방학이라고 그냥 놀 수가 없고, 9월에는 TOPIK 시험도 있으니 우리 학생들의 실력을 생각할 때 보충수업을 안 할 수가 없다. 중급 학생들에게 두 가지 시간대를 제시하고 하나를 고르라고..
2011년 5월 9일 월요일 ~ 5월 15일 일요일 업무 1. 3주차의 고민과 비슷한 것 같은데, 학생들이 한국어나 영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교사의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 언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의미 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게 그림카드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2. 4학년 학생들 중 한 명을 보면 참 성실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잘 듣는데, 기초가 없어서인지 똘똘하지 않아서인지 단어 시험을 봐도 읽기를 시켜봐도 그냥 저냥이다. 이런 경우처럼, 똘똘한 학생은 공부를 많이 or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따라오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은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적은 걸 볼 때면 좀 슬퍼진다...